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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기쁘게 하는 군주가 그립다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의 이야기다. 아성 맹자는 군주에 대해서 점수가 후하지 않았다. 맹자가 존경하고 후한 점수를 주는 인물은 오직 공자 한 사람뿐이었다. 그러나 성인 공자는 각 나라의 군주에 대해서는 평가가 후하고 깍듯했다. 그런데 유독 직설적으로 사실을 적시한 군주가 있으니 논어 헌문 편에서 그 기록을 살펴볼 수가 있다.

 

공자께서 “위나라 군주 영공은 무능하다.”라고 말하니, 듣고 있던 노나라 유력 정치인이자 실세 중에 실세인 계강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군주가 그렇게 무능한데도 어찌하여 나라가 망하지 않습니까?”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신다. “훌륭한 신하 세 명이 있어서 그렇다. 외국에서 사신이 오면 중숙어 라는 신하가 그 일을 처리했으며, 나라 안 종묘 제사를 지낼 때는 축타 라는 신하가 그 일을 처리했으며, 나라 간에 전쟁이 나려 하면 늘 왕손가 라는 신하가 그 일을 처리했노라. 이러하거늘 어찌 망하겠는가.”

 

사실 위나라는 군주 영공은 정말로 무능하기 짝이 없는 그런 군주였다. 더군다나 아내한테 꽉 잡혀서 정사에 관하여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건더기조차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거였다. 그렇게 무능한 군주였다. 비록 군주는 그 지경에 이르렀으나 훌륭한 신하들이 있었고, 열심히 살고자 했던 백성들이 있었으니 나라는 망하지 않았던 것이다. 군주라는 자리는 권력 행사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입으로 떠벌이기나 하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주어진 권력만큼 백성을 충분히 살피고 돌아보고, 가려운데 긁어주고, 아픈데 보듬어주고, 배고프면 밥을 줘야 하는 그런 자리다.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못해 라는 식의 권리만 있고 책임은 피해 가는 자리가 아니다. 백성은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먹는 판국인데 저만 배부르다면 그게 어찌 백성을 위하는 군주라 하겠으며 백성은 발버둥을 쳐도 사는 게 힘든데 제 집안과 몇몇 측근들만 잘 산다면 그 또한 어찌 백성을 위하는 군주라 하겠는가. 그런 자를 군주로 둔 나라의 백성은 참으로 사는 게 고역일 것이다.

 

군주는 안으로는 백성을 살피고 밖으로는 적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무능하기 짝이 없는 군주가 어찌 위나라 영공뿐이랴. 초나라와 국경하고 있는 섭땅의 군주 섭공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섭땅은 나라가 그리 큰 나라는 아니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니 자고 나면 백성들이 없어진다는데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먹고살 수가 없으니 백성들이 밤을 틈타 이웃 나라든 먼 나라든 갈 수만 있다면 야반도주하는 것이다. 백성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줄어드는 통에 섭공의 걱정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럴 즈음에 공자께서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를 찾아가 대책을 강구해 달라 부탁을 하니 공자의 답은 참으로 간단했다.

 

“가까이에 있는 백성을 기쁘게 하면 먼데 있는 백성이 돌아올 것이다. 곧 나라 안 백성을 기쁘게 하는 정치를 베푼다면 나라를 버리고 멀리 떠난 백성들이 그 소문을 듣고 돌아올 것”이라는 말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백성이 기쁜 일은 하나다. 사는데 걱정이 없어야 기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주는 비록 무능하고 군주의 부인이 득세 발호한다 해도 제대로 된 신하가 있어 군주를 바르게 잘 보필하면 될 일이다. 잘못된 결정을 하면 그것을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신하의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신하가 무능한 군주보다 더 어리석을 때가 문제인 것이다. 저들은 어리석은 탓에 군주의 눈치만 살피고 군주 부인의 비위를 잘 맞추는 데만 온통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본인들은 인정하기 싫겠으나 역사는 이런 자들을 일러 간신들이라고 한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 간신이 호가호위하면 또 그런 간신을 훌륭한 신하라고 두둔하는 군주라면 그 나라는 반드시 백성으로부터 버림받던가 하늘로부터 내쳐지게 된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군주라면 최소한 생각과 행동이 백성들보다 한발은 아니어도 반보쯤은 앞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군주가 백성보다 생각이 없다면 어찌 군주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