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그야말로 한국 문학의 쾌거이자 우리 문학 번역의 쾌거이다. 한강은 1993년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을 상재하며 소설가의 삶을 시작했다. 「붉은 닻」에서 볼 수 있었던 암울한 고통과 비극적인 결말은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95)을 지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 2021)에 이른다.
한강의 주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는 『채식주의자』(창비, 2007)와 『소년이 온다』(창비, 2014)는 소설에 해당 소재를 차용하는 것만으로도 작가 자신을 논쟁의 한 가운데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영혜가 식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혜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채식주의 선언을 하지만 아버지는 강제로 먹게 하고, 영혜의 형부는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에 처제를 욕망한다. 식물이 될 수밖에 없는 영혜의 대응은 2000년대 가부장적 세계관 속에서 무력해지는 개인 혹은 여성의 서사로 주목을 받았다. 번역된 『채식주의자』는 2016년 영국에서 맨부커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벨기에서 연극무대에 오를 예정이기도 하다.
『채식주의자』가 개인에게 가해진 폭력을 주로 다루었다면 『소년이 온다』는 국가의 폭력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현대사 속에 상처로 남은 1980년 5월의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망하고 응시하게 만든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의 총구 아래 죽음을 당해야 했다. 소설 속에서 시민군을 돕던 동호는 고작 중학교 3학년이었다. 김은숙은 검열 때문에 아무 죄도 없이 경찰서에서 뺨을 맞았고 노동운동을 하던 임선주는 치욕적인 고문을 당했다. 공권력은 시민을 지키는 대신 시민을 구타하고 총격을 가했으며 언어에 담기조차 어려운 고문을 가해 삶이 무너지고 영혼마저 평안하지 못해 구천을 떠돌게 만들었다. 작가는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시민들의 무해함을 증명했고 국가의 폭력을 고발했다. 이 작품 역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17년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아카데미(www.svenskaakademien.se)에서는 한강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이라며 수상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글을 모르는 이들이 한강의 문학을 시적이라 표현했다면 번역도 수상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강의 수상을 축하하며 우리 문학이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으로 그 위상이 높아졌음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