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구소 다슬기
권지영
짙은 무더위에 익숙해졌지만
늦은 때란 없는지
배내골 철구소로 피서를 갔어.
너럭바위에 짐을 놓고 앉으려는데
빗방울이 소리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어.
물 위로 둥근 무늬가 번질 때마다
흰 나비가 팔랑거려.
빗방울이 그리는 무늬마다
빛이 퍼졌어.
수많은 둥근 반짝임이 물 위에서
연주를 하듯 퍼져 나갔어.
계곡 아래로 푸른 수초들을 건드리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며 밀려갔어.
바위 아래 물속에서
다슬기들이 올려다보고 있었지.
권지영 시인
2015 《리토피아》 신인상, 저서 『아름다워서 슬픈 말들』 『누군가 두고 간 슬픔』 『푸른 잎 그늘』 『천개의 생각 만개의 마음;그리고 당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