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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행, 노욕 지나치고 추하다

김민철(칼럼니스트)

 

용인신문 | 1905년 9월 20일 대한제국 고종황제는 미국에서 온 앨리스 루스벨트 공주와 덕수궁 중명전에서 오찬을 갖고 극진히 환대했다. 앨리스 루스벨트는 미합중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큰딸이다. 고종은 일본제국의 국권침탈 야욕을 저지할 나라는 오직 미국뿐이라고 여겼다. 고종의 환대는 눈물겨울 정도였는데 미국 공주는 안하무인으로 굴었고 시건방졌다. 엘리스는 고종의 앞에서 시가를 피우고 거침없이 행동했다.

앨리스는 고종을 만났던 당시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황제와 마지막 황제가 된 그의 아들은 우리 공관 근처의 궁궐(덕수궁)에서 남의 눈을 피해 생활했다. 키 작은 황제는 자신의 팔을 내주지 않은채 내 팔을 잡았고, 같이 서둘러 좁은 계단을 내려가 평범하고 냄새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라고 기술했다. 1

 

1905년 7월 29일 윌리엄 태프트 미 육군 장관은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일본제국을 방문, 가쓰라 타로 총리대신과 밀약을 맺었다. 일본의 조선 침략을 미국이 양해하고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일본이 묵인한다는 내용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그것이다. 태프트 일행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던 앨리스 루스벨트는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삼기로 한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고종은 이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미국의 공주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것이었다.

 

2025년 4월 10일 중앙일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간 통화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한 대행은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며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답변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한 대행의 언론을 통한 대선 출마 간 보기라고 볼 수 있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그동안 미뤄왔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를 임명하면서 4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로 전격 지명했다. 한덕수 대행의 행위는 제1당인 민주당과 헌법학자들의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한덕수 대행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에서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국회 몫의 재판관 임명 거부로 한 대행은 탄핵 소추되었다가 3월 24일 복귀하였다.

 

한 대행은 스스로 자신의 임명 거부 발언을 뒤집으며 “이번 결정은 오롯이 내 판단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대행이 내란 방조 혐의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라있는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배후는 12.3 내란 행위로 헌재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다.

 

한 대행은 평생 권력의 양지를 추구한 사람이라는 세간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불과 50여 일 후면 차기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적법하게 선출된다. 한 대행은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기다리며 공정한 선거 관리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파면된 전직 대통령에 충성하는 것으로 국민의 기대를 배반하고 언감생심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욕이 지나치고 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