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연 책방지기 ‘겁 없는 도전’ 탄생
단순하게 책을 사고파는 서점이 아닌
지역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 창조 공간
용인신문 | 여행자들을 위한 문화 플랫폼을 지향하는 독립서점 ‘빈칸놀이터’는 용인 처인구 마평동에 위치한다. 건축과 도시를 전공한 이세연 책방지기의 '겁 없는' 도전으로 탄생한 이곳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요소를 더하는 장소’이자 ‘공공 공간(Public Space)’을 표방한다.
“비어 있는 놀이터지만, 누구나 와서 뭔가를 할 수도 있고 다른 이들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책방지기의 철학이 서점 이름에 담겨 있다.
빈칸놀이터는 urban(도시), architecture(건축), travel(여행), growth(성장), zero waste(제로웨이스트)라는 다섯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책방지기의 취향과 전문성이 반영된 약 2000권 내외의 책이 큐레이션되어 있으며, 특히 독립출판물과 여행 서적을 중요하게 다룬다. 독립출판물과 기성 출판물이 비슷한 비율로 서가에 꽂혀 있고, 손님이 원하는 책을 주문해 줄 수도 있다. 또한 용인시의 '바로 대출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어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운영 방식은 현대적이고 유연하다. 주인장이 상주하는 시간(오후 2시~7시) 외에는 직장인 등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이른 오전이나 퇴근 후에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1월부터 ‘반 무인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예약을 통해 원격으로 문을 열어주고, 셀프 계산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이 시스템은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획기적인 시도다.
‘빈칸 서재’(2시간, 5000원) 이용 시에는 커피 등 음료와 ‘빈칸놀이터 스티커’가 붙은 샘플 책이 제공되어 일상에서 벗어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기 좋다. 물론 마음에 드는 책을 구매하거나 노트북 등 개인 작업도 할 수 있다.
책방지기는 건축과 도시 설계가 결국 사람 사는 일, 문화 공간과 연결된다는 생각으로, 지역 사회에 살아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오랜 염원을 담아 4년 전(11월) 빈칸놀이터의 문을 열었다. 이곳은 독립서점인 동시에 활발한 문화 활동의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단골손님, 작가, 예술가 등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독서 모임, 북토크, 글쓰기, 공방, 전시회, 연주회,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매달 진행된다.
빈칸놀이터는 일반적인 회원제보다는 취향에 따른 프로젝트별 협업을 선호하며, 필요에 의해 모였다가 흩어지는 유연한 관계를 유지한다. 단순한 손님을 넘어 프로젝트에 따라 ‘TF팀’처럼 모여 마을 공동체 사업 등을 함께하는 협력자로 발전하기도 한다.
‘겁 없는 책방지기’답게 다양한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 청년 갭이어 사업에 선정돼 용인에서 독립출판 작가들과 함께하는 ‘럭키 북페어’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올해도 경기도 예술인 지원사업에 선정돼 북페어, 음악회, 강연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독립출판 시장 성장과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15평 남짓한 1층 공간 외에 현재 2층에 ‘빈칸 라운지’를 공사 중이며 곧 오픈 예정이다. 2층은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라운지 콘셉트다. 이곳은 여행 관련 서고와 함께 전시나 음악회 등 더 큰 규모의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장소로 운영될 예정이다.
건축과 도시를 설계하며 ‘살아 있는 공간’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이세연 책방지기에게 빈칸놀이터는 그 해답이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더해져 문화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곳은 책방지기가 여행지에서 만났던 인포메이션센터, 미술관, 서점처럼 지역의 문화 거점이자 플랫폼을 자신이 사는 동네에 만들고 싶었던 오랜 염원을 현실화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