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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의 과학태교-15
임신 중 운동,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숨이 조금 차지만 말은 이어가고
문장은 무난히 뱉어낼 수 있어야

 

용인신문 | 임신부에게 운동이 필요하고 좋다는 말,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늘 그 다음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이 질문 앞에서는 말들이 갑자기 조심스러워진다. 산부인과 의사들의 말을 종합하자면,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임신 중 운동은 숨이 조금 차지만 말은 이어갈 수 있는 상태, 노래는 포기해야 하지만 문장은 무난히 뱉어낼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그 정도로 움직이면 심장과 폐는 “오랜만에 일 좀 했네” 하고 느끼지만, 자궁과 태반은 놀라지 않는다. 운동을 마치고 20~30분쯤 지나 호흡이 가라앉고, 다음 날까지 몸이 무겁지 않다면 그 운동은 충분하다. 반대로 숨이 가빠 말이 끊기고, 하루 종일 축 처져 있다면 몸은 이미 답을 준 셈이다. 조금 과했다고.

 

임신 중 운동은 욕심낼수록 손해다. 하루 20~30분이면 충분하고, 꼭 한 번에 채울 필요도 없다. 10분 산책 두 번, 중간중간 스트레칭 몇 번이면 혈류와 신경계는 알아서 반응한다. 임신부에게 운동의 목적은 근육을 키우거나 기록을 세우는 데 있지 않다. 임신 중 운동은 ‘강화’라기보다 ‘유지’에 가깝다. 혈액이 고이지 않게 하고, 혈당의 출렁임을 줄이며, 몸이 긴장 모드에 오래 머무르지 않게 하는 것, 딱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걷기는 늘 1순위다. 실패 확률이 가장 낮은 운동이기도 하다. 평지에서, 숨이 과하게 차지 않는 속도로, 몸이 살짝 따뜻해질 정도면 된다. 여기에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와 등 위주의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을 더하면 몸의 균형이 훨씬 좋아진다. 다만 배에 힘을 과하게 주는 동작은 조절이 필요하다. 임산부용 요가나 필라테스, 수영도 잘만 고르면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 결국 중요한 건 종목이 아니라, 하고 난 뒤 몸이 편안해졌는지다.

 

멈춰야 할 때도 있다. 운동 중 어지럽거나, 배가 아프거나, 출혈이 있거나, 자궁이 뻐근하게 조이는 느낌이 계속된다면 바로 멈추는 게 맞다. 이는 겁을 주는 경고라기보다 몸이 보내는 “잠깐만요”라는 신호라서 그렇다. 임신부의 몸은 생각보다 솔직하다. 무리하면 바로 표가 나고, 적당하면 금세 편안해진다.

 

임신 중 주의해야 할 운동도 있다. 배에 충격이 갈 수 있는 운동, 점프나 급격한 방향 전환, 복압을 크게 올리는 동작, 오래 눕는 자세, 숨을 참아야 하는 운동은 피하는 게 원칙이다. 고온·고습 환경에서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태교라는 관점에서 보면, 운동의 양보다 더 중요한 건 운동이 끝난 뒤의 상태다. 적당히 움직인 임신부의 몸은 혈당이 안정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낮아지며, 호흡은 자연스럽게 깊어진다. 이 리듬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적당한 운동을 하면 먼저 호흡이 깊어진다. 숨을 길게 내쉬는 순간, 몸은 교감신경의 흥분 상태에서 빠져나와 부교감신경 쪽으로 기울어진다. 쉽게 말해 ‘싸우거나 도망칠 준비’가 아니라 ‘쉬어도 되는 상태’로 전환된다. 이런 변화는 감정의 기복을 완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임신 중 우울감이나 불안이 커지는 것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운동은 자연분만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골반과 몸통 주변 근육에서 그렇다. 운동을 해온 몸은 체중과 자세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해 있고, 골반 주변 근육이 지나치게 굳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

 

물론 운동을 했다고 해서 모두 자연분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기의 자세와 크기, 골반 구조, 분만의 진행 속도는 운동만으로 바꿀 수 없는 변수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부에게 운동을 권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준비된 몸은 어떤 방식의 출산이든, 조금 더 수월하게 이겨낼 여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