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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초로의 가객이 전하는 꿈과 인생

더굿피플 | 중견가수 이치랑

   

 8월 31일 KBS가요무대 ‘어머님 용서하세요’ 출연
 TV, 라디오 등 80여 회 방송…두번째 앨범 내놔


 지난 2007년 ‘어머님 용서하세요’로 등장한 가수 이치랑. 피 끓는 애절함의 사모곡 ‘어머님 용서하세요’는 수많은 중장년층 가요팬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불과 1년여 만에 그는 신인가수로는 이례적으로 TV, 라디오 등 80여회나 등장 하면서 가요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두 번째 앨범 ‘부끄럽지 않소’를 팬들 앞에 내놓았다.

 # 실버 세대의 자화상
 가수 이치랑의 일생은 험난한 현대사를 억척스레 살아온 우리나라 실버 세대의 자화상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해방 후 경남 함양에서 자란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가난했기에 이루지 못했던 한을 풀고자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영국 옥스퍼드 대학까지 넘어가 공부를 마쳤다. 그렇게 억척스레 살아오며 익힌 리더십과 철학으로 그는 라이온스클럽 등 20여 개 유력 사회단체의 임원을 역임하고 각 학교와 단체의 강사로 활약하는 등 값진 인생을 만들어 왔다.

 # 48년만의 컴백
 가난한 소년 이치랑에게는 노래가 삶을 이어가는 에너지였다. 천부적으로 끼가 많았던 그는 1959년(당시 14세), 대구방송국(KBS HLKG)콩쿨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일약 전속가수로 발탁됐지만 홀어머니의 결사반대로 아까운 꿈을 접었다.

 이후 틈틈이 무명가수로 행사무대에 올랐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2005년 용인시에서 열린 효 축제에서 ‘용두산 엘레지’로 대상을 거머쥔 것이 절호의 기회였다. 작곡가 남백송, 가수 손인호 등의 권유를 받아 2007년 1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40여 년의 기다림 끝에 접었던 가수의 꿈을 이뤘다.

 수 십 년간 홀몸으로 온갖 고생하며 자식 키운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을 직접 노랫말로 옮긴 ‘어머님 용서하세요’는 예상을 뒤엎고 방송 무대를 통해 수많은 중년 가요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어 좀 더 대중적인 작품을 원하는 팬들의 성원 속에 그는 2009년 6월 두 번째 앨범 ‘부끄럽지 않소’를 내놨다. 절친한 친구이자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의 주인공 가수 박건의 작품이었다. 인생의 정점에서 이제는 인생을 돌아보는 가수 이치랑의 삶의 철학이 담긴 이 노래는 듣는 이들에게 절로 숙연함을 선사하고 있다. 젊은 가수에게선 결코 찾을 수 없는 투박하고 깊은 호소력의 목소리가 현 시대의 가요팬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수록곡 ‘머드 축제야’는 충남 보령의 대표 축제인 머드축제의 젊음과 열정을 유쾌한 행진곡풍 멜로디에 담아냈다. 이 노래는 현재 보령시가로의 당선이 유력하며 조만간 보령 조각공원에 노래비가 세워질 예정이기도 하다. 친동생이자 가수인 이민서 역시 자신의 노래 ‘대천아가씨/돌아오세요’로 호평을 받고 있어, 곧 남매가 함께 보령시의 홍보대사로 활동할 계획이다.

 # 세상에서 제일 부유한 사나이
 늦게 이룬 가수의 꿈은 분명 그에게 또 다른 청춘을 선사했다. 10집까지 예고한 가수활동은 물론 내년부터는 아예 자신의 기획사(리치 기획)를 직접 경영하며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겠노라 포부를 밝힌다. 형편 어려운 원로가수들에게 전용 버스를 마련해 전국자선공연을 여는 계획부터 실력 있는 무명가수의 발굴·육성, 그리고 점차 사라져가는 효 문화를 살리기 위한 공연 등...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그의 열정은 20대 청춘마저 무색하게 할 정도다.

 한편, 가수 이치랑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곧 KBS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준비 된 가수 이치랑에게 앞으로의 기나긴 여정은 아마 지금보다 더 찬란하고 값진 결실을 맺게 되리라.

 그는 “목소리가 유지되는 순간까지 가수활동을 계속해서 10집까지는 예상하고 있다”며 “내 노래와 도움의 손길에 기뻐하는 사람이 있고, 내가 해야 할 값진 일들이 있는 지금이 내 삶의 가장 찬란한 시기”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세상에서 누가제일 부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바로 나, 가수 이치랑이다를 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수 이치랑의 1집 타이틀곡 ‘어머님 용서하세요’가 지난달 31일 KBS가요무대를 통해 선보였다. 신인 급 가수의 신곡이 무대에 오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노래를 접하고 깊게 감동한 중·장년층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이 있었기에 거둔 쾌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