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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축제 구조조정 시급하다

윤승용의 용인 칼럼

가을이다. 백로(白露)를 지나자 이젠 조석으로 선선한 기운이 감돌고 풀벌레 소리도 하루가 모르게 기세등등해져 간다. 가을은 뭐니 뭐니 해도 축제의 계절이다. 웬만한 지방자치단체 치고 가을 축제가 없는 곳이 없다.

그런데 때 아닌 신종플루 바람에 가을 축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일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축제 및 행사는 ‘원칙적으로 취소‘하고 임박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축제 및 행사는 당분간 ‘연기’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종플루 관련 행사 세부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운영지침 대상은 참가인원 1000명 이상이 이틀 넘게 계속하는 행사다. 이 조치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행사참가인원이 1,000명을 넘는 도 행사 14건, 시·군 계획 행사 108건 등 모두 122건이 취소됐다. 이 같은 파장은 비단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행안부의 이 같은 조치에 지자체들은 “임박한 행사나 축제들은 대부분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취소시 경제적으로 손실이 막대하다”며 불만이다. 최근 만난 한 기초단체장은 “9~10월은 지자체들이 주민들과 함께 1년 농사를 자축하는 축제의 계절”이라며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준비했는데 이를 취소하면 그 손실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1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행사가 취소될 경우의 경제적 손실을 차치하고 해당지역 관계자들이 느낄 허탈함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차제에 ‘축제공화국’으로까지 치달은 지자체들의 행사를 전면적으로 점검했으면 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245개 지자체가 개최하는 축제의 수는 지자제가 처음 실시된 1995년 350여 개에서 지난 해에는 무려 1,176개로 급증했다. 가히 지역축제의 백화제방(百花齊放) 시대라 할 만하다. 이 가운데 10월만 전국적으로 329개의 축제마당이 열린다. 축제의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엑스포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부터 올림픽, 축전, 제전, 전시회, 콘테스트, 잔치, 포럼, 회의, 박람회, 마라톤, 장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행사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천편일률적이다. 시장, 군수 등 지역유지들이 떡 버티고 앉은 채 먼저 개장식(혹은 개막식)이 이뤄지고(이 자리에서 단체장의 업적을 소개하는 영상물 공연과 내빈 소개는 필수적이다), 이어 연예인들의 축하공연, 그리고 행사기간 동안 테마전시 순으로 진행된다. 물론 먹거리장터는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단체장을 위시한 지역유지들이 외부에서 유명가수를 불러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위안잔치를 벌이며 먹고 노는 게 대부분이다. 행사가 끝나면 행사장은 쓰레기 천지다. 그중에는 정말 지역전통을 되살려 낸 의미있는 행사나 흥행면에서 대박을 터뜨린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완도의 장보고축제, 보령의 머드축제, 함평의 나비축제, 안면도 꽃박람회 등이다.

인구 3만명의 농촌인 함평군은 이제 나비축제로 대한민국 대표브랜드가 됐다. 올해 100만명의 유료관객이 입장해 모두 9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어린이날 에버랜드를 찾은 숫자보다 함평 나비축제를 돌아본 관객이 더 많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단체장들의 선심성 행사가 줄을 이으면서 정체불명의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신설되는데다 예산낭비가 도를 넘었다. 각종 사고도 줄을 잇는다. 지난 해 창녕 화왕산 억새태우기행사 때의 인명피해가 대표적이다.

구조조정을 위해 먼저 중앙정부가 나서서라도 정체불명의 축제는 정비하고 서로 비슷한 성격의 행사는 통폐합해야 한다. 다음에 단체장이 차기 재선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해 예산낭비로 드러난 선심성 행사는 즉시 폐지돼야 한다.

또 단순히 먹고 마시는 행사는 가급적 축소해야 한다. 또한 지역민들도 행사에 대한 옥석을 구분해 버릴 것은 버리고 살릴 것은 살리는 감시의 눈초리를 늦추지 말아야한다.

하지만 지역이기주의라는 망령 때문에 구조조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 자명하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행정안전부, 문화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등 공조직과 관광전공 학자들로 구성된 ‘지역축제정비위원회’같은 특별기구를 구성해 보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축제의 구조조정은 이제 발등의 불이다. 온나라가 축제로 지새다 곳간이 비기 전에 서둘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