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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공공기관 경영대상 난립 심각하다

윤승용의 용인칼럼

국민권익위원회가 5일 주목할 만한 보도자료를 냈다. 언론사·언론단체들이 돈벌이를 위해 제정한 유명무실한 상을 받으려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출한 예산이 최근 2년 동안 무려 28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상을 받기위해 5,000만원 이상 지출한 지자체만 해도 광역 8개, 기초 14개 등 22개 기관이나 됐다. 심지어 8,000만원 이상 지출한 곳도 있었다. 국민권익위 조사결과 지자체를 상대로 운영 중인 58개의 상 가운데 9개를 제외한 49개가 언론사·언론단체들이 주최·주관하는 상이었고 경영·의정대상, 브랜드대상, 환경대상 등 명목은 다양했지만 대부분 광고수익을 목적으로 만든 그저 그런 상들이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이 상을 받기위해 주관사에 돈을 주고 사전로비를 했고, 한국언론재단을 통해 광고를 집행하도록 돼 있는 공공기관 광고집행 규정도 무시한 채 주최·행사 대행업자에게 편법으로 홍보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국민세금으로 돈을 주고 상을 샀다는 것이다. 사실 지자체나 공공기관 및 정부투자기관들이 벌이는 상 타기 경쟁의 예산낭비실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전에도 전국 곳곳에서 문제화됐었다.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지난 2월 시민들이 낸 세금을 홍보비로 쓰고 상을 받은 서울시 구청장을 대상으로 청구한 주민감사 결과를 8월 발표했다. 감사를 실시한 서울시에 따르면 관악구청장은 ‘한국지방자치대상’ 등 두 번의 자치단체 수상을 위해 약 5,200만원의 세금을 쓴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수상과 관련해 지출한 예산이 “수상 사실을 홍보하기 위한 사후지출이었다”는 구청측의 해명과는 달리 상을 받기 위해 사전에 지출한 홍보비로 드러났다.

경남도민일보는 2007년7월 경남도내 자치단체와 단체장의 각종 수상대회실태를 심층보도했다. 이 신문이 도내 21개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민선 3기(2002~2006)와 4기(2006~) 등 5년 동안의 수상내역 정보 공개를 요청해 받아낸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경악할 만 했다.

이 기간에 지자체 등이 받은 상이 무려 710개나 됐다. 특히 경남도와 진주시는 모두 92차례나 받았고 이어 남해군 74차례, 하동군 70차례 등이 뒤를 이었다. 경남도와 진주시의 경우 매년 18건 이상을 수상한 셈이다. 이 지역에서 상을 주최한 곳도 역시 언론사이거나 정체불명의 언론유관단체였고 대부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고 상을 줬다. 예를 들면 공동주관하는 일간지나 잡지, 방송에 포상관련 기사나 특집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광고비와 협찬비, 촬영비 등을 받아내는 식이다. 지자체는 상을 받은 후에는 자체 홍보를 위해 거액을 들여 기념식을 갖고 관내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필자도 국방부 산하 책임운영기관인 국방홍보원장으로 재직할 때 하마터면 수상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 총무팀장이 “XX경제신문에서 1,500만원만 광고비를 대면 지식경영대상을 주겠다는 제의가 왔다”며 “임기연장을 위해 수상실적이 필요하니 추진하자”고 보고했다. 상황을 확인해보니 광고비 명목의 돈을 주면 신문 1개면에 와이드 인터뷰를 실어주고 대상(大賞)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상을 돈으로 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포기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시장 군수님들과 공공기관장이 이 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 신문사의 이 행사는 여전히 올해도 시행중이다.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들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사실에 난감해하면서도 매년 연례적으로 상을 받기위해 노심초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음 선거나 임기 연장을 추진할 때 각종 수상실적처럼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기에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최측이 전국의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경쟁을 부추기다보니 나서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다. 주민들을 위해 잘 쓰여져야 할 예산이 엉터리 상장을 받기위해 낭비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단체장들의 대오각성이 선결과제지만 이 같은 수상실적이 사실은 ‘돈만 주면 받는 상’이라는 점을 주민들이 깨닫고 시정토록 노력하는 점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은 단체장들의 거창한 수상실적의 실상과 허상을 꿰뚫어 보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