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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안원구, 한명숙

윤승룡의 용인칼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사건이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한 전총리가 검찰의 2차례에 걸친 출두요구를 거절하자 17일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여전히 금품수수의혹을 부인하며 "체포영장을 당장 집행하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 4일 조선일보가 <한명숙 전 총리에 수만불 줬다>고 1면 톱기사로 보도한 이래 한 전 총리 사건은 시중의 최고 이슈로 부상했다. 검찰은 확인되지도 않은 한 전 총리의 금품수수 정황을 잇달아 언론에 흘리며 사건을 확대해갔다. 사건의 확대과정에는 검찰의 미확인 혐의사실을 넙죽넙죽 받아 쓴 수구언론들의 공조도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사건을 보는 시중의 여론은 각자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일부에선 "설마 검찰이 없는 사실을 조작했겠느냐"고 생각하는 반면 한편으로는 "한 전 총리의 면모로 보아 설마 뇌물을 받았겠느냐. 검찰은 공작적 수사를 그만둬야한다"고 맞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정파적 시각을 벗고 상식에 입각해 분석해 보더라도 몇 가지 의혹은 여전하다. 이를테면 '검찰이 왜 하필 이 시점에 한 전 총리를 겨냥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이미 야권에서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총체적 흠집내기에 검찰이 총대를 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수차례나 정치적으로 의심을 살만한 행보를 벌여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정치검찰'로 퇴행하고 있는 검찰의 면면으로 미루어 이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필자는 한 전 총리 흠집내기라는 정치적 공세와는 별도로 또 다른 사안에 주목하고 싶다. 다름 아닌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수뢰의혹사건이 이번 한 전 총리 사건이 터져 나오자마자 언론에서 증발해버린 점이다.

한상률 전 청장사건은 안원구 국장의 폭로에 의해 재점화된 사건인데 내용자체가 너무도 중엄하다.

MB정부 출범과정에서 국세청이라는 실세권부의 간부인사를 둘러싼 추잡한 스토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안국장의 폭로내용은 사실상 이 정부의  종합비리세트가 담겨있는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다.

안국장 사건은 검찰이 8일 안 국장을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기업들에게 아내의 화랑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사도록 해 11억원의 이득을 취하고, 또 세무조사와 관련 4억원의 현금을 챙긴 혐의(뇌물수수·알선수재)로 구속기소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안국장이 구속전 작성한 문건에서 제시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차장제안설 및 상납용 3억원 요구설>과 <도곡동 땅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는 의혹제기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특히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이 가장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핵심 사안이다. 안 국장은 "대구청장으로 있을 때 포스코건설 정기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제출한 문건들 속에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 이명박'이라고 기록된 문건을 조사자가 발견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해서 각별한 보안을 지시하고 이 문제를 덮었다"고 폭로했다. 만약 안 국장의 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대선 이후 진행된 검찰의 수사는 수박겉핥기식 면죄부 수사였음이 분명하다. 이 대통령의 도덕성 또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조사했으나 사실무근임이 드러난 것"이라며 재수사의지가 없음을 천명했다. 바로 이 같은 휘발성 강한 폭로전 시리즈가 한 전 총리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안원구 사건의 증발과 한 전 총리사건의 등장을 단순히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시기가 너무도 절묘하게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