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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조중동의 낯 부끄러운 싸움

윤승용의 용인칼럼

이명박 정부들어 친정부적 논조를 매개로 밀월관계를 유지해 오던 KBS와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이 최근 들어 갈등을 빚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매우 기이한 이 같은 KBS와 조중동의 갈등에는 오늘날 우리 언론계에 내재한 각종 부조리가 그대로 응축돼있다.


발단은 19일 KBS 이사회가 현행 40%인 광고 비중은 유지하되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인상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데서 비롯됐다. 형식은 만장일치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KBS 이사회는 당초 수신료를 6,500원 또는 4,600원으로 인상하되 광고를 폐지하는 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 측 이사들이 대폭 인상을 반대하자 인상폭을 줄이는 대신 광고 비중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KBS이사회의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그간 수신료 인상에 반대해왔던 시민단체와 경향신문, 한겨레 등 진보매체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보수매체인 조중동과 종편채널 TV에 진출을 희망하고 있는 경제신문 등도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일제히 비판대열에 가세한 것이다. 진보매체와 보수매체 모두가 수신료 인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동전의 양면 가운데 한쪽 면만을 본 각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먼저 진보언론의 입장을 살펴보자. 이미 경향신문 등은 KBS 수신료 인상안이 논의될 초기부터 ‘공정성, 공익성 확보 없는 수신료 인상 반대’입장을 개진해왔었다. 한겨레신문은 수신료 인상안 논의 초기인 지난 6월 사설에서 KBS의 수신료 인상움직임에 대해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다하지 않고 있는 KBS의 수신료 인상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어 “KBS의 광고 축소 또는 폐지 움직임은 시청자를 배려해서라기 보다는 곧 등장할 종합편성채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추진중인 새로운 종편채널 TV에게 보다 많은 광고물량이 돌아 갈 수 있도록 KBS의 광고물량 축소에 나섰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당초 광고 폐지를 전제로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던 보수언론이 절충안 발표에 발끈하고 나선 것은 자명한 이치였다. 경향이나 한겨레가 가장 근본적으로 문제삼았던 것은 KBS의 공정성과 공익성이었지만, 조중동은 공정성이나 공익성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로지 광고도 지금대로 그대로 하면서 수신료만 올리려 하는 ‘일거양득’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곳은 동아일보. 동아는 사설에서 “인건비 지출(37%)이 콘텐츠 제작비 비중(36%)보다 많은 방만한 구조라서 공영성 높은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고 방만경영론을 내세웠다. 동아는 이어 2TV 광고 유지 결정에 대해 “KBS가 광고를 더 많이 따기 위해 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이나 벌여서는 저질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KBS는 수신료도 올리고 광고도 그대로 하겠다고 나섰다”며 “KBS가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요구하려면 광고를 어떻게 줄이고 없앨 것인지 구체적인 일정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KBS가 광고를 줄여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하고는 광고수입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며 “공영성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가 광고수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더니 이번엔 수신료도 챙기고 광고도 그대로 내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KBS는 “지금까지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없다가 광고를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수신료 인상이 결정되니, 광고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만 비판했다”며 “이는 자사이기주의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KBS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의 이 같은 최근 반목구도는 우리 언론이 ‘소비자인 국민 중심 언론’이나 ‘공정 보도’ 등 언론 본연의 책무는 팽개친 채 아직도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