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서울대학교 언론인대상 선정 그만둬야

매년 연말연시면 각 대학 언론인 동문모임마다 ‘올해의 XX대학 언론인상’을 선정해 수상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서울지역의 유수 대학 언론인 동문모임들, 이를테면 관악언론인회(서울대), 고려대 언론인교우회, 연세언론인회, 이화언론인회, 성언회(성균관대학교), 한국외대 언론인회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임을 갖고 ‘2010 언론인대상’을 시상했다.


대학들마다 언론인 동문회를 만들어 정기모임을 갖고 시상식을 갖는 이유는 동문간의 친목도모와 애교심 고취를 위해서일 것이다. 또한 언론계에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동문을 선정해 찬상함으로써 대학 명예를 고취시키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런 탓인지 대학 언론동문회 행사에는 언론인회원과 대학관계자 뿐만 아니라 동문 가운데 사회적으로 출세한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게 상례다. 어떤 경우는 정작 동문 언론인보다 정치인 등이 더 많이 참석하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각 대학 언론인 동문회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모임이 있다. 바로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동문회인 관악언론인회다. 다른 대학에 비해 동문결속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탓인지 관악언론인회는 타대학에 비해 좀 뒤늦은 2003년에야 출범했다. 이 모임은 출범 즉시 관심을 끌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서울대가 언론분야에서도 별도의 동문회를 만드는 것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가 섞인 관심이었다.


당시 발기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대 출신 전현직 언론인과 언론학계 인사들은 거의 3000여명에 달했다. 이는 200~500명 수준인 타대학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숫자였다.


관악언론인회는 이듬해인 2004년부터 ‘서울대 언론인대상’을 선정해왔는데 1회 수상자때부터 논란이 일었다. 첫 수상자는 우리나라 보수언론인의 수장이라 할 김대중 조선일보 이사가 뽑혔다. 그러나 김 이사의 수상소식에 진보적 언론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시상식장인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편파 왜곡의 대명사인 김대중 조선일보 이사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잘못됐다”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논란을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을 비롯해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윤세영 SBS 회장, 이정석 대한언론인회장과 김재순 서울대 총동창회 명예회장, 임광수 총동창회장 등 잘나가는 동문들은 대거 참석했으나 정연주 KBS 사장과 이긍희 MBC 사장, 표완수 YTN 사장, 박권상 전 KBS 사장 등 진보적 언론인들은 참석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또한 일부 젊은 현역회원들은 보수일색의 임원진 행보를 비난하며 탈퇴 및 불참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첫 수상자 선정이 물의를 빚은 탓일까? 관악언론인회는 다음해에는 뜻밖에도 평기자인 경향신문 권석천기자를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예산 대해부 시리즈를 통해 국민세금인 정부 예산이 낭비되는 실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고발해 언론보도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로 깊이있고 고발적인 탐사기사와 특종기사를 보도한 평기자가 선정된 경우는 전무했다.


이후의 수상자를 보면 3회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 4회 엄기영 MBC 앵커 겸 특임이사, 5회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 6회 이정식 CBS사장, 7회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김인규 KBS 사장이 뽑혔다. 수상자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한국 보수언론인 열전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올해 수상자인 김인규 사장은 임명당시부터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출신의 낙하산인사라 해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처럼 문제적 인물을 수상자로 선정한 관악언론인회의 강심장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서울대 언론인 동문들이 모임을 만들어 자신들끼리의 친목을 도모하는 것은 굳이 흠잡을 일은 아니다. 다만 명색이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라면 그 위상에 걸 맞는 활동을 해야 격에 어울릴 것이다.
대다수 양식있는 언론인들이 지탄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물을 매년 ‘대표 언론인’으로 선정하는 따위의 추태는 그만두는 게 서울대와 국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