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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 시장의 생생칼럼을 읽고

요즘 최고의 화두인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늘고 있다. SNS란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사회가 일반화하면서 이제 인터넷홈페이지 계정을 가지지 않은 정치인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블로그를 비롯해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최고의 도구라 할 SNS에까지 활동공간을 넓히고 있다. 처음 한두 인기 정치인들이 하던 트위터링이 이젠 유권자와의 소통도구로 널리 각광을 받고 있으며 유명정치인의 경우 팔로워가 수십만명에 달하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SNS열풍의 와중에 김학규 용인시장이 용인시청 홈페이지에 연재중인 <김학규의 생생칼럼>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해 취임한 지 석 달 여 만인 9월16일 ‘체감행정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이래 지난 7일까지 모두 49개의 글을 올렸다. 거의 사나흘에 한 번 꼴로 글을 올린 셈이다. 공직에 바쁜 와중에도 본인이 글을 올려 시민들에게 시정보고를 하거나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군복무 시절 등 자신의 젊은 시절 에피소드 등 직접 경험한 일상사에 대한 소회를 담은 글들로 미루어 보건대 비서진들이 대신 써서 올린 글은 아닌 것 같다. 140자라는 짧은 단어수에 얽매여 할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도 ‘트위터를 한다’며 ‘상대방과 소통합네’하고 홍보에만 치중하는 얼치기 정치인들에 비해 비교적 긴 글을 올리는 정성과 진정성도 또한 돋보인다.


특히 본인이 시 행정을 펴면서 겪은 소회를 담은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지난달 28일 올린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글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이 글에서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새옹지마의 사연을 소개한 뒤 자신의 지난 정치 역정을 돌아본다.


그는 “한 가문의 장손으로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는데 그 재산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이 자손된 자의 당연한 도리이다. 그러나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재산이 잘 보존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본다”라며 수차례의 낙선 탓에 가산을 거덜 낸 사실을 고백한다. 심지어는 “내가 네 번 실패하고 다섯 번 째 선거에 당선되면서 재산이 남아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고 거짓일 것이다.

과거 선거법이 허술할 때는 선거 한 번 치를 때마다 수 억씩 재산을 탕진했으니 재산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결과일 것이다”라며 자신의 궁벽함을 변명한다. 솔직한 그의 고백이 사실이라면 일부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그는 이어서 “그러나 나는 조부님께 송구한 마음은 들지만 손자가 부도덕하게 재산을 없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나쁜 일에는 재산을 버리지 않았고 정치적 신념에 의해 재산을 없앴기 때문에 일종의 정치적 학습 비용(사회라는 학교의 수업료)을 비싸게 치른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이어지는 대목이 클라이맥스다. 그는 “과거 선거에 실패 했을 때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외면하고 지나치던 사람이 시장에 당선되고 나니 가장 친한 체 한다. 그리고 모르는 동생, 형, 삼촌이 많이 생겼다. 이런 친척(?)들은 시장직에서 물러나면 순식간에 종적을 감출 친척들이다. 이런 것이 세상 인심이다”라며 세상의 염량세태(炎凉世態)를 꼬집는다.


마지막 대목은 초임 지방자치단체장의 경험에서 우러난 고백록 중에 ‘종결자’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는 “그런데 주변을 돌아보면 쥐꼬리만한 권력과 배경을 가졌다고 천년 만년 영원히 지위를 유지할 것처럼 으시대는 꼴불견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감투 자랑, 돈  자랑, 학벌 자랑, 재주 자랑하는 사람 보면 가관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권력, 영원한 부자는 없다. 그래서 ‘권력무상’, ‘재력무상’인 것이다”라고 일갈한다.


4전5기 끝에 시장직에 오른 그가 이 글처럼 진정으로 인간세계의 부박함과 권력의 무상함에 대해 깨우쳤기를 믿어 보고 싶다. 그리고 김 시장이 ‘권력무상’, ‘재력무상’의 엄중함을 표상으로 삼고 이 같은 초심이 임기말까지 지속되길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