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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독일마을과 용인 일본마을

봄이다. 세월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는 법인지 지난 겨울의 그 살을 에이던 엄동설한도 이제 물러가고 있다. 저 남녘에서는 벌써 봄의 전령인 진달래, 개나리가 만개했다는 화신이 전해져오고 있다.
난 이맘때면 매년 거르지 않고 남녘 땅을 찾는다. 남녘 땅 중에서도 자주 들르는 곳이 이름마저도 ‘남쪽 바다’인 남해군이다. 나의 절친한 대학 후배가 그 곳의 군수여서 그를 만나 회포를 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더 그리워서이다.


남해군엔 여러 경승지가 많다. 끝없이 펼쳐진 은모래가 아름다운 상주해수욕장, 이름 그대로 비단처럼 아름다운 금산(錦山), 남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보리암, 인간의 노동이 창출한 조형미의 상징인 다랭이 마을, 그리고 2003년 개통돼 한국에서 아름다운 길로 수차례 뽑힌 창선대교 등.
그런데 나는 이 가운데서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와 동천리 일대에 자리한 ‘독일마을’을 꼭 찾는다. 주변의 경치가 빼어나기도 하지만 일부 펜션으로도 활용하는 이 마을의 서비스가 만점이기 때문이다. 독일마을은 1960년대에 산업역군으로 뽑혀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가운데 독일 현지에 정착했던 독일거주 교포들이 귀국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고, 독일의 이국문화를 경험하는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남해군이 2001년부터 조성한 곳이다.


남해군은 사업비 약 30억 원을 들여 40여 동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독일교포들에게 분양하고, 도로·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마련해주었다.
약 10만㎡의 부지에 걸쳐 조성돼 있는데 독일 교포들이 직접 독일에서 건축자재를 수입하여 전통적인 독일 양식 주택을 우아하게 건립했다. 이 주택들은 독일교포들의 주거지로 또는 휴양지로 이용되며, 관광객을 위한 민박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엊그제 일부 남해지역 인사들이 이번에는 일본마을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최근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참사를 계기로 지진 등 자연재해를 피해 재일교포와 일본인들 가운데 한국으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 남해군이 이들을 유치하려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독일마을을 세워 쏠쏠한 재미를 본 남해군으로서는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사업일 것이다. 난 이 대목에서 우리 용인시도 일본마을을 한 번 세워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용인은 현재 서울에서 은퇴한 노년들이 인생을 마무리하러 내려와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지지역은 경기도에 산재한 골프장이 가까워 ‘골프8학군 지역’으로 불리며 은퇴한 관리, 사업가, 전문가 등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용인은 생거진천 사거용인 (生居鎭川 死去龍仁)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을 만큼 산자수명한 곳이다.


이 말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진천 지방은 평야가 넓고 토지가 비옥하여 산물이 풍성하고, 한해와 수해가 별로 없어 농사짓기가 수월하고 인심이 좋아 살만한 곳이기에 생거진천이라 하였고, 용인은 산세가 순후(順厚)하여 사대부가의 묘소를 쓰기에 적당한 명당이 많기에 사거용인이라 하였다는 게 정설이다.
명당이 많다는 것은 실은 그만큼 거주환경이 뛰어나다는 점을 반증한다.


특히 처인구 지역은 아직도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는 지역이 널려있다.
용인시가 이곳의 개발도 촉진할 겸 영구귀국을 원하는 재일교포를 상대로 일본마을 건립사업을 벌였으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지금 재일교포 1세대들은 대부분 서거했거나 노년세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모국에 돌아와서 뼈를 묻고 싶어한다고 한다. 수구초심이란 이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특히 재일교포 1세대는 대부분 상당한 재력가다. 이들에게 집단거주지역을 염가로 제공한다며 용인에의 정착을 권유하는 운동을 전개한다면 상당한 호응을 받지 않을까 싶다.


용인은 아직도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있는데다 서울에 가까워 병원 등 노인복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이다. 이런 점을 잘 엮어 홍보하면 귀국을 희망하는 재일교포들에게 상당한 호소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