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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43|참나무|이윤택

참나무

이윤택

 

참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그래 내가 물었다
참나무야,
너는 어떻게 늙어 가니?

가능한 시선을 멀리 두고 살지
그러면 아직 나를 중심으로
별들은 순행하고

하루쯤 늦은 신문이라도 받아 볼 수 있겠지

좀 외진 곳에 살더라도
그늘을 넓게 확보하는 게 좋아
지금 세상은 빛을 너무 받아 지랄발광하지
깊게 패이고 썩은 몸에서 맛나는 버섯이 자라고
딱정벌레 같은 가족은
내 몸에서 흐르는 진땀을 먹고 산다네

그러나 나는 시간을 담는 그릇
언젠가 허옇게 마른버짐 피우며 부러지겠지
그때는 군불 때는 땔감
그때가 사실 내 삶의 절정이지
활 타오르는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면
탁, 틱, 툭 짧은 외마디 비명
그대로 숯이 되겠지
숯에 스며든 격문 같은 시 전사 같은 삶
그대로 천년쯤 시간을 견디며
사람을 기다리고 있겠지

 

어릴 적 나무와 이야기 나누는 사람을 본 적 있다. 그 땐 내가 생명을 모르던 시절, 대화는 사람끼리만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 사람 미친 줄로만 여겼다. 나는 물푸레나무와 서어나무, 자작나무를 좋아한다. 안녕, 가끔 산행 중 나무에게 말을 건네곤 한다.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는 나무의 얼굴에서 염화시중을 느낄 때도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무보다 사람에게 말 걸기가 더 어려운 날들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내는 사람보다 차라리 입 없는 나무가 상선(上善)이다. 나무는 먼저 다가서지도 않지만, 먼저 도망가지도 않는다.
<박후기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