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김륭
오늘은 사랑에 빠졌다는 당신의 달콤한 계단이 되어보기로 한다. 사랑이 밥 먹여 주냐, 욕 대신 꽃을 퍼붓는 배고픈 짐승들의 가래침은 튜브에 담아 무릎 다친 골목의 연고로 사용하기로 한다.
물간 고등어 한 마리, 달을 뒤집는 저녁 킁킁 비린내를 칫솔로 사용하는 도둑고양이 발톱 하나 숨겨 치약을 쥐약으로 발음할 수 있는 바닥까지, 사랑은 버리고 빠졌다는 말만 남겨 당신의 뿌리까지 키스를 내려 보내기로 한다.
입 안 가득 퐁퐁을 떨어뜨린 상큼하고 개운한 얼굴들아 안녕 여기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당신의 숨 막히는 내부, 이미 부패가 시작된 목숨의 복숭아뼈를 껑충 뛰어오른 입술로부터 푹푹 발이 빠지는 분화구
반짝, 창문이라도 달아낼 듯 치통은 걸어 다니고 머리칼은 자꾸 넘어지는데 까칠해진 턱수염 밑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에 불이나 댕기는 당신의 아랫도리를 어디 한번 꾸-욱 눌러 짜보기로 한다.
하루에 두세 번, 언론을 통해 그는 늘 우리의 손목을 슬그머니 잡는다. 처음엔 부드럽게 만지고 살짝살짝 누르다가 적당히 빼먹었다 싶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사정없이 눌러대고 짜낸다. 어디 그뿐인가. 쥐어 짜내는 것도 부족해 아예 배를 갈라 구석구석 긁어대며 마지막 한 방울의 고혈까지 뽑아내고야 만다. 그리고 가차 없이 가죽만 남겨진 우리들의 몸을 쓰레기통 속으로 집어 던져 버린다. 나는 지금 치약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입만 열면 구린내가 진동하는 한 장사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치약을!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