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태교신기의 저자, 이사주당을 만나다.①

   

이사주당과 태교신기 이야기- 1.프롤로그 -이사주당 부인과의 첫 인사

사주당이씨의 묘소를 참배하고 돌아왔다. 이정표 하나 없는 묘역을 유성관 할미성대동굿보존회장이 안내를 맡았다. 막걸리와 북어를 사들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뒷산의 묘소를 찾아갔지만, 한참을 헤매다가 가까스로 찾아냈다.

산 8부 등선쯤에 있는 묘역엔 풀이 무성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일부분만이라도 풀을 뽑아냈다. 늦은 오후인데도 하늘이 높고 귓가에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왔다. 솔솔 바람도 불어오는 게 이사주당 부인이 답사팀 일행을 환영해 주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마치 옆에 앉아 자연 태교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순간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아들에게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엄마, 어디야.”
“응, 이사주당 묘역. 조금 있다가 갈게.”
“엄마, 태교신기 책 두 권 왔어!”
“뭐라고. 뭐가 왔다고.”
“태교신기 책 왔다고. 엄마가 주문한 책 말야.”

내 얼굴에 웃음이 확 번짐을 느낀다. 태교신기 책이라니. 난, 태교신기 책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 태교와 관련된 책은 맞지만 제목이 판이한 다른 책들이었는데, 아들은 그 책들을 태교신기로 착각 한 것이다. 이사주당 묘역에서 일어난 아주 묘하면서도 반갑고 신기한 경험이다.

평소에 아들은 “태교신기 책은 태교는 신기한 것이라는 뜻”이라며 나를 가르치곤 했었다. 이제 태교 관련 책만 봐도 모두 태교신기로 보이나 보다. 공교롭지만, 뭔가 암시의 순간으로 느껴졌다.

참배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본 계곡의 자연폭포가 아름다웠다. 감히 일행 모두 용인 최고의 절경이라고 감탄할 정도였다. 이사주당이 자신의 묘역을 이곳에 해달라고 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임신부들이라도 찾아오면 오는 길에 태교를 실컷 하라고 말이다. 맑은 산소를 한껏 마시고, 나뭇잎과 얼굴을 스치는 바람소리를 듣고, 새소리, 물소리 자연의 선물을 듬뿍 느끼라고 말이다. 자연의 태교!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태교신기. 조선시대를 살다간 이사주당이 1800년(정조24)에 집대성한 태교 전문서다. 동서양을 통틀어 태교를 이처럼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없었다. 태교신기는 이사주당이 △자신이 4명의 아이를 낳은 경험 △의서에 나오는 태교 관련 전문 이야기 △자신이 읽은 경서 △면면이 이어 내려오는 태교 이야기 등을 모아 책을 냈다.

건강하고 인성이 갖춰지고 총명한, 그런 아기를 낳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이사주당기념사업회는 앞으로 이사주당의 묘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이야기 하면서 쉬엄쉬엄 묘역 밖, 21세기의 문명의 시대로 내려왔다.

박숙현(본지 회장 · 이사주당기념사업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