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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석달이 지나면 태아는 어머니를 따라한다.⑪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일까.

탈무드에서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마음은 사람의 모든 기관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보고, 듣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두려워하고, 거만해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부러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고, 걷고, 서고, 험악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사색하고, 반성하게 한다.

따라서 이런 마음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사람은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했다.

법구경에서도 마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 된다고 했다. 마음이 주가 되어 모든 일을 시킨다고 했다. 마음 속에 악한 일을 생각하면 그 말과 행동이 그러하게 된다.

괴로움은 마음을 따라 마치 수레를 따르는 수레바퀴 자국처럼 생겨난다고 했다. 도스도예프스키도 신과 악마가 싸우고 있는 전장이 바로 인간의 마음이라고 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쉽지 않다. 마음을 잡으려면 어찌 해야 할까.

한 심리학 교수는 마음을 바꾸려면 생각을 바꾸라고 한다. 생각을 바꾸면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까지도 바뀐다고 했다.

그러면 생각을 바꾸려면 어찌해야 하나. 아침부터 저녁 잠들 때까지 쉬지 않고 떠드는 말을 바꾸면 생각이 바뀐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은 부정적인 게 많다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지향하면서까지도 부정적 목적을 갖게 된다는 것인데, “담배 끊어야지”하면 담배 생각이 더 나게 되고, “게임 하지 말아야지”하면 게임 생각이 더 나서 실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을 긍정적으로 하면 예기치 못한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즉, 담배 끊어야지라는 말 대신에 건강해져야지라고 말을 긍정적 목적으로 바꾸면 담배를 끊게 되고, 내가 더 재미있게 놀아야지라고 하면 게임을 안하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것의 변화가 큰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게 어디 척척 되는 일이겠는가.

더구나 몸과 마음이 예민해져 있는 임신부라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임신부와 태아는 탯줄로 연결된 한몸이라서 임신부의 마음에 따라 아기의 정서는 물론 건강도 좌우되니 임신부는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태교신기에서 사주당이씨는 “임신 3개월이 되면 태아의 형상이 변화하기 시작해 무소뿔의 무늬가 만물을 보는 대로 변하는 것과 같다”며 “이때 반드시 임신부로 하여금 귀인이나 호인을 만나거나, 백옥과 공작새 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물건, 성현의 훈계하신 글과 신선이 허리에 찬 관대의 그림을 보게 해야 한다”고 했다.

즉 임신한 지 3달이 지나면 태아는 어머니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훌륭한 사람을 가려 만나야 하고 물건도 아름답고 좋은 것을 골라 보아야 하며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고 좋은 그림을 보아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현대에는 사회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가정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간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있을 수 있겠고, 인간관계 뿐만 아니라 각종 매스콤까지 가세해 세상의 온갖 사건 사고, 추문과 흉측하고 무서운 일들이 연일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우리는 정조대왕을 21세기에 본받아야 하는 CEO군주라고 호평할 뿐만 아니라 어질고 효성마저 지극한 훌륭한 군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이같이 훌륭한 정조 대왕이 잉태됐을 때 그 어머니인 혜경궁홍씨의 마음은 종잡을 수 없이 황망하고 아뜩하기만 했을 것이다.

열 살에 사도세자와 혼인을 한 혜경궁 홍씨는 열여섯살에 첫 아들을 낳았지만 세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이때 혜경궁홍씨는 뱃속에 정조를 임신한 상태였다.

열여덟밖에 안된 어린 어머니 혜경궁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더구나 남편 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에게 미움을 사 정신질환 증세마저 있던 상황이었으니 그 마음을 어디에 둘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혜경궁홍씨는 그 모든 상황을 뱃속의 아들을 위해 마음을 다잡고 이겨냈다. 훗날 남편 사도세자가 쌀 뒤주에서 죽은 후 친정으로 쫓겨났을 때도 오로지 어린 정조가 놀라 병들까 걱정하며 모진 목숨을 하늘에 부르짖으며 참고 참았다.

이는 어머니의 힘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다스리는 힘이니, 어머니는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가장 강한 사람임을 재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