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58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베르톨트 브레히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설명이 필요 없는, 극작가 브레히트의 시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번역해 같은 제목의 책으로 엮었다. 사랑은, 도덕이라는 잣대 앞에서 자주 발가벗겨지곤 한다. 어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위정자들은, 때론 자신도 지키기 못하는 도덕적 덕목을 약자에게 강요한다. 얼마 전, 카다피의 리비아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15, 17, 18세 딸을 참수시킨 아버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어린 제 딸들이 당할 때 아버지는 무엇을 했나? 남의 일일 뿐인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끌려간 아녀자들이 몇 해 뒤 조국에 돌아왔을 때, 이 나라의 남자들은 무엇을 했나? ‘환향녀(還鄕女)’들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죽이거나 자진을 시키거나 집에서 내쫓아 버렸다. ‘화냥년’이란 말의 유래가 그로부터 비롯된다. 제 여자 하나 지키지도 못하면서 도덕을 들이댄 것이다. 왜 도덕과 윤리의 잣대는 약자에게만 통용되는 말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제, 허울뿐인 사랑에 종말을 고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 필요할 때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시집을 써내기도 했던 브레히트도 늘 사랑을 열망했다. 사랑을 모르는 자가 어찌 도덕과 혁명을 노래할 수 있을까.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