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나 화학적 첨가물 등을 조심해야
사주당이씨는 태교신기에서 “과일의 모양이 바르지 않은 것, 벌레 먹은 것, 썩어 떨어진 것을 먹지 아니하고…”라고 했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현대의 임신부들에게까지도 이어 내려오는 부분이다. 사과를 먹더라도 상하지 않고 예쁘게 생긴 것을 골라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임신부의 먹는 것과 관련해 오리를 먹으면 아기의 손이 물갈퀴가 달린 것처럼 붙어 나오고, 닭고기를 먹으면 피부가 닭처럼 오톨도톨하다는 등 금기식과 관련한 속설들도 많이 전해 내려온다.
이런 부분은 사주당이씨의 태교신기에도 씌여 있다. 사주당이씨는 “토끼고기를 먹으면 아기가 언청이가 되고, 방게를 먹으면 아기가 옆으로 나오고, 오리고기나 그 알을 먹으면 아기가 거꾸로 나오고…”라고 하여 동의보감의 내용을 인용해 금기식을 제시하고 있다.
아주 과학적인 태교신기에서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같은 금기식에 관련된 부분이다.
그러나 영양학이나 과학이 발달해 있지 않던 시절이라서 그 음식의 영양이나 의학적 작용을 따지기보다는 외형이나 성질 등을 유추해 금기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우연찮게 토끼고기를 먹고 언청이를 낳은 일이 있었다면 그같은 상황이 기록으로 남아 전해진 것일 테다.
미신적이고 비과학적이라고 믿어온 금기식에 이처럼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긴 하나 임신부에게 조심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식약일체라든가 의식동원이라 하여 먹는 음식이 무엇보다 좋은 보약이라고 생각하며 음식을 가려먹었던 조상들의 입장에서 보면, 먹는 것에 따라 수명과 건강이 좌우된다고 믿었을 것이고, 특히 임신부의 먹거리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부분적인 속설 때문에 전통태교 전체가 비과학적이고 미신인 것처럼 백안시당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기식이나 금기물에 대해서 첨단 과학의 시대를 달리는 현대 여성들조차도 많은 여성들이 금기를 지킨다는 사실이다. 믿을 수 없지만 안하자니 꺼림칙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고 보면 요즘 여성이나 과거 여성이나 똑같았다고 볼 수 있다. 하자니 그렇고, 안하자니 그렇고. 그래도 지키는 편을 택해야 마음이 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유사한 것은 유사한 것을 낳는다는 유감주술적 사고의 반영이다. 임신부의 눈에 보기 흉한 이미지가 혹 사랑하는 아기한테 영향을 미칠까 꺼리는 모성본능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속설적인 부분에 대해 현대 임신부들은 매우 궁금해 한다. 정말 먹으면 안되는가. 확실한 답변을 듣고 싶어 한다.
우연히 다른 요인에 의해 그리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럴 리는 없다는 게 현대 의학의 답변이다.
이같은 금기부분은 과거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다양하게 있어왔다. 먹는 것외에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들도 조심했다.
초승달이 뜨는 것을 보는 것을 꺼려왔다든가, 딸기를 먹는 것을 피하는 등 사랑하는 아기한테 혹여 나쁜 영향이 끼칠 것을 염려하는 마음은 전세계 모든 엄마가 한결같다.
태교신기 가운데 “우슬이나 화살나무 잎을 나물로 먹지 말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같은 부분은 나물의 약리효과 가운데 아기를 상하게 하는 부분이 있음이 확인된 바라고 하겠다.
“용모가 단정한 아기를 낳으려면 잉어를 먹고, 총명한 아기를 낳으려면 해삼을 먹고, 해산달에 임해서는 미역을 먹는다”는 부분도 씌여 있다. 이는 태아에게 훌륭한 영양 공급원을 권해준 것이다.
그런데 현대로 올 수록 농약이나 각종 화학약품의 범람으로 먹거리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이나 음식에 첨가돼 있는 각종 첨가물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 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술이며, 담배, 카페인에도 노출돼있다. 현대인은 과거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유해환경 속에 살고 있다. 아기를 위해 친환경을 꼼꼼하게 따져 음식 재료를 사왔으면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먹자.
친환경 재료를 사다가 전자파가 나오는 전자렌지에 휙 돌려서 먹는다면 굳이 친환경을 따질 필요가 없다. 임신부의 먹는 행위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