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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가 참 닮았다. 17

박숙현의 태교이야기

아이는 부모의 거울, 아이를 탓하기전에 자신을 돌아봐라.

어린이 도서관에 들렀다가 세살 박이 어린아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찮게 들었다. 엄마가 책을 고르는 동안에 끊임없이 뭐라 종알거리는 아기가 너무 귀여워 얼굴을 보니 얼굴도 참 귀엽게 생겼다.

그런데 아기는 혼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따릉따릉 따릉따릉 전화가 왔어요. 전화가 왔어요. 여보세요. 아 토끼세요. 토끼가 전화를 했어요.”

혼자 꾸며내는 이야기인지 책에서 보았던 내용인지 잘은 모르지만 아이의 말이 너무 놀랍기도 하고 깜직해서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물었더니 쑥스러운 듯 책으로 얼굴을 가리는 게 너무 예쁘다.

조금 있다가는 알파벳 송을 부르고 다닌다. “에이 비 씨 디 이 에프 지.... ” 아기 엄마한테 영어 교육을 시켰냐고 물었더니 누나가 하는 것을 듣고 따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기가 골라 들은 책도 영어책이었다.

엄마하고 둘이서 나누는 대화도 참으로 평화롭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엄마의 말씨 자체가 예쁘고, 지혜로왔다.

엄마를 닮았음을 한번에 눈치 챌 수 있었다. 책을 읽어주고, 책을 고르면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가 너무 아름다워, 아기의 수준에 맞춰 노래하듯이 엄마가 아기에게 말하면 아기도 노래하듯 엄마에게 화답하고 있었다.

특히 그 아기는 꼭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엄마가 뭐라 물으면 “예, 아니오”라면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참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다시 아기를 키워보고 싶게 하는 부러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런데 그 엄마와 아기가 책을 골라들고 행복하게 나간 후 조금 있다가 신경질 섞인 아기의 목소리와 엄마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공기를 울리기 시작했다.

앞의 엄마와 아기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 단번에 느껴졌다. 이 아기도 세 살 정도 돼 보였는데 아기는 자기가 보던 책을 계속 보겠다고 짜증스럽게 이야기 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그 책 또 본다고?” 하면서 역시 짜증스럽고 퉁명스러운 어투로 말하면서 맘대로 하라며 데리고 나갔다.

말투도 아이와 엄마가 똑같았다. 앞의 엄마 같았으면 “그래, 이 책이 그렇게 재미있었구나. 엄마랑 다시 한번 읽고, 다른 책 빌려갈까”라든가, “그럼 이 책은 집에 가서 보고, 여기서 재미있는 책을 골라 엄마랑 같이 읽고 가자꾸나”라고 정겹게 말했을 것 같다. 아기도 “네, 그래요”라고 말했을 것 같다.

아기는 부모의 성정을 닮는다. 뱃속에 있을 때도 다르지 않다. 부모의 평소 성격과 말투가 그대로 태아에게 전해진다. 특히 열 달을 뱃속에 넣고 늘 한 몸으로 생활하는 엄마와 아기에 있어서랴.

태어나서도 늘 그 엄마, 그 부모의 슬하에서 성장하니 아이는 그 엄마와 아빠가 하는 모습 그대로를 행한다.

그런데도 부모는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에게 이렇다는 둥 저렇다는 둥 아이의 성격과 태도를 나무라고 훈육하려 든다. 그게 바로 자신들의 모습인줄 모르고서.

어찌됐든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는 엄마들은 아기를 위해 온갖 좋은 것을 다 해주려고 한다. 책도 읽어주고, 예쁜 그림도 보여주고, 아름다운 노래도 들려주고, 예쁜 것만 먹는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엄마의 심성을 고르게 하고 다스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 짜증내고, 화내고, 신경질 내면서 뱃속의 아기에게 고운 내용을 암만 들려준들 아기에게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도대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어찌 하라는 것인지 뱃속의 태아들은 헛갈릴 뿐이다.

‘근묵자흑 근주자적’이라 했다. 벗과 더불어 오래 있어도 그의 사람됨을 배우거늘, 하물며 자식이 어미로부터 칠정을 닮은 것에 있어서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런 까닭에 사주당이씨는 태교신기에서 “임신부를 대하는 도리는 희로애락이 정도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신부 곁에는 항상 선한 사람을 두어 거동을 돕고, 마음을 기쁘게 하며, 본받을 말과 법으로 삼을만한 일을 귀에 끊임없이 들려줘야 한다.

그러고 나면 게으르고 사벽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의 성정은 분명히 그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부모대로부터 대물림 했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나 때부터 그 대물림을 끊고 평온하고 아름답게 성정을 다듬어 후손에게 대물림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