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림을 주는 시 한 편-61
삼베옷을 입은 自畵像
조용미
폭우가 쏟아지는 밖을 내다보고 있는
이 방을 凌雨軒이라 부르겠다
능우헌에서 바라보는 가까이 모여 내리는
비는 다 直立이다
휘어지지 않는 저 빗줄기들은
얼마나 고단한 길을 걸어내려온 것이냐
손톱이 길게 쩍 갈라졌다
그 사이로 살이 허옇게 드러났다
흰 삼베옷을 입고 있었다
치마를 펼쳐들고 물끄러미 그걸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입은 두꺼운 흰 삼베로 된 긴 치마
위로 코피가 쏟아졌다
입술이 부풀어올랐다
피로는 죽음을 불러들이는 독약인 것을
꿈속에서조차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窓봉투처럼
영롱한 사람이란
얇은 비닐봉지처럼 위태로운 것
명왕성처럼 고독한 것
직립의 짐승처럼 비가 오래도록 창 밖에 서 있다
스티브 잡스가 영면했다. 나는 아이패드의 열렬 유저이기도 하지만, 아이패드를 만질 때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직관과 단순함의 철학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나 역시 시를 쓸 때 예의 그 ‘단순함의 미학’을 고민했기 때문에, 부음을 듣던 어제 아침과 오늘 저녁, 그의 타계가 더욱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잡스의 부음을 듣고 조용미의 시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을 생각했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窓봉투처럼/ 영롱한 사람이란/ 얇은 비닐봉지처럼 위태로운 것/ 명왕성처럼 고독한 것’
다음은 죽음에 관한 스티브 잡스의 말. “지난 33년간 나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묻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하고 싶어할까?’ ‘노’라는 날이 너무 많이 이어지면 무언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알게 됩니다. 내가 곧 죽을 것임을 기억하는 것은 삶에서 큰 선택을 할 때 나를 돕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왜냐하면 죽음의 앞에선 모든 외부의 기대, 자존심, 당혹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오직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를 용기를 가지십시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