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멋진 날을 걸어보자”
아직은 단풍이 곱다. 조금 더 있으면 아름다운 단풍잎도 다 떨어지고 색도 퇴락할 것이다. 10월의 멋진 날이 다 가기 전에 자연의 붓과 물감으로 그린 수채화를 감상하러 밖으로 나가면 어떨까.
나이가 들수록 자연의 변화에 민감해져 각각의 계절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에 탄복을 하게 된다.
봄이면 추위를 뚫고 올라오는 새싹과 작은 꽃봉오리에 감탄을 하고, 여름이면 푸르른 신록과 화려하고 우아한 꽃에 매료 되며, 가을이면 알록달록 단풍과 가을 꽃의 깊고 그윽한 자태에 감동한다. 겨울에는 온 세상을 뒤덮는 흰 눈꽃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진한 황금빛이 너울거렸던 들녘은 이제 대부분 가을걷이를 마친 탓에 더 이상 볼 수가 없게 됐다.
실제 황금보다 더 짙은 황금벌판을 감상했던 벅찬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끔 벼가 남아있는 논들은 밝게 빛나던 빛이 이미 사위어 거무튀튀하다.
화살처럼 흘러가는 시간에 그만 깜짝 깜짝 놀랄 뿐이다. 그래도 아직 순도 바래지 않은 빛나는 고운색이 곳곳에 남아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가을을 만끽하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태교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고, 없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게 아니다. 우리 주위에 친숙하게 존재하는 것에서 찾아내는 것이 태교의 법칙이다.
눈과 귀를 조금만 더 열면 보인다. 아기와 공유할 내용들이 보물처럼 숨어있다.
임신부가 되면 아기를 위해 몸이 변화하는 것처럼 마음도 어머니로의 회귀를 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곳 저곳에서 쏜살같이 지나가는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이같은 마음의 움직임이 선행될 때 자연이 저절로 내 눈과 귀에 들어오고, 아기의 눈과 귀에 들어오고, 아기의 마음에 곱게 물드는 것이다.
어느 그림이 자연의 풍광에 비할 것이며, 어느 노래가 자연이 불러주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에 비할 것인가.
시간이 없어서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지 못한 것을 한탄하지 말라. 그저 옷 따뜻하게 갖춰 입고 가까운 공원에 산책을 나서보자. 차를 타고 조금 나가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보다 넓은 들녘을 거닐 수도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신선한 공기를 심호흡 하면 아기의 두뇌가 쑥쑥 자라는 소리를 분명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이 일일이 다닐 수 없어 엄마를 대신 보냈다고 하는데, 알록달록한 가을을 설명해 주는 엄마의 목소리는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다.
엄마가 동화 작가도 되고 시인도 되고 음악가도 되어 아기의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쳐주는 거다. 태교 일기장이라도 옆에 끼고 나가 아기와 함께 한 추억을 글로 남겨보는 것도 좋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엄마가 행복한데 태아는 오죽 행복하겠는가.
사주당이씨는 태교신기에서 임신부의 보행하는 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혹 서있거나 걸어 다닐 때 한쪽 발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며, 기둥에 기대지 말고, 위태로운 것을 밟지 말며, 비탈지고 좁은 길로 다니지 말고, 계단을 올라갈 때는 반드시 서서 올라가며,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반드시 앉아서 내려가고, 급한 일이 있어도 내달리지 말며, 도랑을 건널 때도 뛰어 건너지 말라.
이것이 임신부의 보행법 이니라”고 했다.
일반인도 급하게 뛰거나 위태로운 것을 밟으면 안 되는 것이니 임신부는 더욱 천천히 걷고 조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임신부는 너무 피곤하고 지치거나 힘들어도 안 된다.
적절한 운동이 됐다 싶으면 집으로 발길을 돌리자. 이렇게 자연과 함께 즐길 때 태아도 더 잘 자라고 출산도 더욱 쉽게 되는 것이다.
사주당이씨는 단정하게 걸어야 함을 함께 주문했다. 한쪽 발에 의지해 서 있어도 안 되고 기둥에 기대지도 말라고 했다.
임신부의 건강상의 이유도 있지만 바른 몸가짐은 태아의 정서에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