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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의 소통 리더십

야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올 시즌에 숱한 화제를 낳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동원한 프로야구는 올 시즌 목표치인 600만명을 훨씬 넘어서 680만명을 돌파했다.

양적인 흥행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새롭게 등장한 류중일, 이만수, 양승호 등 한국 프로야구 2세대 감독들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린 점이다. 특히 삼성 류중일 감독의 경우 데뷔 첫해에 우승까지 일궈냄으로써 한껏 성가를 올렸다.

삼성의 우승 원동력은 무엇일까? 야구 전문가들은 홈런왕 최형우를 축으로 한 한층 강력해진 타격, 세이브 왕 오승환 등 철벽 불펜진, 그리고 김상수, 배영섭 등 신인들의 대활약 등을 꼽는다.

물론 투타가 잘 조화를 이루고 노장과 신인들이 좋은 팀웍을 이뤘기 때문에 우승고지까지 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 다른 구기종목과는 달리 감독의 비중이 유난히 큰 야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류중일 감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선동열 감독의 전격 퇴진과 함께 팀을 넘겨받은 류 감독은 삼성을 크게 변모시켰다. 사실 삼성라이온즈는 2005년 선동열 감독이 취임하던 해 우승하고 지난해 준우승하는 등 명문구단의 위치를 지켜왔으나 기아나 롯데같은 인기구단은 아니었다.

삼성은 명투수 출신인 선 감독 부임이후 탄탄한 마운드와 튼실한 수비로 점수를 덜 주는 야구를 추구했다. 그 덕에 매년 어느 정도 성적을 올리긴 했으나 ‘화끈한 공격야구’를 더 선호하는 팬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했다.

류 감독은 바로 이러한 팀 칼러를 변화시키는데 주력했다. 류 감독은 ‘공격적 야구, 기동력 야구’를 추구했다. 그 결과 삼성은 올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했다. 선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여섯 시즌(2005~2010년) 평균 110.2개에 비해 38%나 늘었다.

류 감독의 ‘공격적인 야구’ 스타일은 적은 희생번트와 적극적인 타격에서도 확인된다. 취임 초부터 “5회 이전에는 번트를 대고 싶지 않다”고 했던 류 감독은 실제로 이 약속을 지켰다.

삼성의 희생번트는 지난해 111개에서 올해 71개로 36%나 감소했다. 희생번트를 줄이는 대신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했다.

투수진 운용에서도 류 감독은 선 전 감독의 ‘지키는 야구’를 진화시켰다. 선 전 감독은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곧바로 다음 투수를 올려 2~3이닝을 던지게하는 작전을 쓴 데 반해 류 감독은 5회까지는 가능하면 선발 투수에게 맡기는 신뢰의 야구를 구사했다.

과거 삼성은 선발투수가 난조에 빠지면 즉시 교체되는게 상례였다. 그 결과 올 시즌 삼성의 선발승은 지난해 41승에 비해 16승이나 증가했다.

대신 선발투수의 휴식시간을 늘려주기위해 6선발 체제를 운영했다. 삼성 투수들은 충분히 휴식을 하고 마운드에 올랐고 그 덕에 부상 선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같은 작전 운용면의 장점 외에 더욱 주목해야 할 사실은 류 감독이 선수들과 낮은 자세로 소통하는 리더십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류 감독은 취임일성으로 ‘소통과 팀워크’를 팀 운영의 대전제로 삼겠다고 했다.

투수의 경우 늘 투수코칭스태프에게 전권을 이양했고 자신은 총괄적 조정을 맡았다. 언론은 이에 대해 ‘형님 리더십‘, ‘믿음의 리더십‘이라 명했다.

근엄한 아버지같은 감독이 아니라 다정다감한 사촌형같이 선수들에 다가가고, 기를 살려주는 전법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낸 SK의 이만수나 롯데의 양승호 감독도 마찬가지다. 선수들과의 소통으로 사기를 드높여 실제 전력이상의 성적을 이끌어냈다.

이제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올 프로야구에서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은 ‘소통’의 메시지가 우리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게 올 시즌을 마감하면서 느끼는 안타까운 소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