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림을 주는 시 한 편-70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두 달에 한 번 꼴로 지리산에서 3박 4일 동안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50~60여 명의 참가자들 중 2/3가 넘는 이들이 암(癌)과 관련이 있다. 본인이 암 환자이거나 남편 혹은 부인이 암 환자이거나. 십 년 넘게 암 환자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 대부분이 신경이 아주 날카롭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성격이 까칠하기 그지없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얼마나 아프면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내 생각은 그 반대다. 그런 성격이라면 암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모르는 옆 사람이 화를 내도 짜증이 나는데, 하물며 제 몸의 주인이 눈만 뜨면 화를 내는데 세포라고 해서 별 도리가 있겠는가. 어떤 이는 암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양, 곁에 있는 부인에게 밥 안 먹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암이 오나? 아니다. 돌이켜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얼마 전, 부인이 암 환자인 30대 부부를 세워 놓고 킴벌리 커버거의 시를 읽게 했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들을 보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거듭 말해 주었다. 병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절망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아니, 이 모든 것들보다 먼저 할 일은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즐기는 것!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