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당이씨는 임신부의 잠자는 법까지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잠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피곤했던 뇌를 쉬게 해서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주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신체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풀어주어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런데 임신부들의 잠자리는 그다지 편하지가 못한 게 사실이다. 호르몬의 변화로 수면 장애를 겪는 임신부들도 있으며 막달로 갈수록 몸이 무거워짐에 따라 몸을 눕히고 일으키는 자체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임신부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태아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사주당이씨는 잠을 잘 때 엎드려 자지 말고, 누워있을 때는 위를 똑바로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또 만삭이 되거든 옷을 쌓아 옆을 지탱하고 밤의 절반은 왼쪽으로 자고, 절반은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것을 법도로 삼으라고 했다.
엎드려 자면 배가 눌리기 때문에 당연히 엎드리는 자세는 임신부 스스로 피할 것이다.
그런데 똑바로 위를 쳐다보고 눕지도 말라고 했다. 배가 커지고 무거워지면 똑바로 눕기도 어렵고 요통과 압박감이 크기 때문이었을 테지만 과학이 발달한 현대에 오면서 똑바로 누워 잘 때 혈액 순환이 어려워져 사산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대학의 연구팀들은 임신한 여성들의 수면자세와 사산의 위험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오른쪽으로 누워 자거나 똑바로 누워 자는 여성이 왼쪽으로 자는 여성보다 사산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연구됐다.
이들은 임신 28주 이상 된 임신부를 대상으로 사산과 정상 출산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오른쪽이나 똑바로 누워서 잘 경우 다리로부터 심장으로 올라가는 대정맥의 혈류량이 줄기 때문에 자궁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주당이씨는 뿐만 아니라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잘 것을 권하고 있다.
이는 오른쪽으로 누워야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왼쪽으로 누워야만 잠을 편하게 자는 등 사람마다 잠자는 습관이 있는데, 만일 오른쪽으로만 잘 경우 위의 연구에서처럼 태아에게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하면 될 듯 싶다.
사주당이씨는 뿐만 아니라 문으로 머리를 두지 말고 이불을 덮지 않은 채 몸을 드러내놓고 눕지도 말며, 몹시 춥거나 크게 덥거든 낮잠을 자지 말 것과, 배불리 먹고도 자서는 안된다고 했다.
풍수에서는 머리를 문이나 화장실 방향으로 두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여 자연 에너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두침법을 권하고 있다.
어찌했든 머리를 문으로 두고 자게 되면 찬 기운이 문틈으로 들어와 혹여 감기라도 걸릴 수 있겠고, 이불을 덮지 않고 몸을 드러내놓고 잘 때는 배탈이 나거나 감기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 하나에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또 몹시 춥거나 크게 더울 때는 낮잠을 자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원래 짧은 단잠은 집중력과 창의력을 높여주고 몸에 활력을 주어 나폴레옹이나 처칠, 백남준, 다빈치 같은 사람은 낮잠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춥거나 더울 때는 문제가 다르다. 더욱이 임신부인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낮잠은 이부자리를 제대로 펴고 누워 잔 다기 보다는 대충 기대서 잘 수 도 있고 앉아서 잘 수도 있어 기온이 춥거나 더우면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사주당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너무 덥거나 추운 날은 아예 낮잠을 피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쾌적한 온도와 습도가 매우 중요하다. 너무 추워도 잠을 잘 수 없고 너무 더워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 옛날에 요즘처럼 편리한 냉난방기기가 없으니 쾌적한 온도 맞추기가 어디 쉬웠을까.
한겨울에 낮잠 자기 위해 불을 지피기가 수월하지 않았을 테니 감기가 들거나 저체온증에도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 더운 가운데 잠을 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수면시에는 신체의 온도가 자동으로 저하되지만 날씨가 무더우면 체온이 조절이 안 돼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일 뿐이고 더구나 덥다고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자면 감기 들거나 몸도 무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