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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105

화살나무


박남준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

화살나무,

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그립다’는 말의 어원은 ‘그린다’. 그리움이란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림. 새들은 제 울음소리에 맞는 이름을, 나무는 제 모양에 맞는 이름을 갖고 있다. 새들의 그리움은 울음으로 그려지고, 나무의 그리움은 몸짓으로 그려진다. 그리움은 함께 나눌 수 없어 새는 혼자 울고, 나무는 덧없이 흔들리며, 인간은 저 혼자 한 숨 짓는다. 새는 날아가 그리운 것의 품속에 깃들이고, 나무는 몸짓으로 그리운 것의 영혼을 불러들이고, 다만 인간은 그리운 이의 이름을 속으로 부르며 가슴 속에 얼굴을 그리고 또 그린다. 드러내 울 수도 없고, 갑자기 찾아갈 수도 없고, 목 놓아 이름마저 부를 수 없을 때, 그리움은 완성된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