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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을 주는 시 한 편-107

울림을 주는 시 한 편-107


관통

이인철


목구멍
너는 나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았다
낙지 빨판이 목구멍
수백 개 목구멍으로, 나를 바다를 삼키고 있다

절단된 연체의 목구멍들이
입천장에 들러붙어
죽을힘을 다하여 내 목구멍을
몸도 없는 제 목구멍으로 넘기려고 한다
남자가 사랑의 이름으로 여자의 뻘을 드나들듯
너도 뻘의 목구멍을 들랑거리면서
도덕과 내장을 목 넘기고 살았잖니
세상의 마지막 바닥을 기는 겸손처럼

사랑도 목숨을 내놔야
한 사람의 가슴을 관통하여
죽는 날까지 내 길이 되지 않겠는가

또 다른 세상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죽어야 하듯
내 몸을 통하여 관통하여라
늪보다 더 깊은 꾸물꾸물한 소장과
따뜻한 대장을 지나
밖으로 삼키는 항문의 목구멍으로

별이 별을 관통하며 폭발하듯
네 주검이 네 비애를 관통할 것이다
신의 항문을 통해 죽음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우리 몸 자체가 구멍이다. 구멍에서 태어나 구멍 속에서 살다가 구멍으로 돌아간다. 구멍을 통해 밥을 먹고 사랑을 속삭이며, 구멍을 통해 사랑의 밀어와 오욕을 함께 듣는다. 사랑할 땐 서로의 구멍을 찾아 빈틈을 메우고, 이별할 땐 구멍을 빠져나오며 상처를 남긴다. 어느 쪽이든 더 큰 구멍을 만들 뿐이다. 구멍 중에서도 가장 절실함이 묻어 있는 구멍은 단연 목구멍이다. 오늘도 인간들은 이 목구멍을 채우기 위해 돈을 찾아 구멍 속을 헤맨다. 그러나 구멍은 구멍일 뿐이어서 채워도 채워도 막히지 않는다. 목구멍 풀칠도 반나절을 넘기지 못하느니......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