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가 없는 세상
사람이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철이 들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그건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대가없이 거저 받는 것도 없고 저절로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따스하고 살기 좋은 여름이 있으면 반드시 살기 힘든 추운 겨울이 오게 된다. 그 반대도 역시 성립된다.
임진년은 곡식창고의 곡식을 다 빼먹고 창고가 비어버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해이다. 아무리 아끼고 절약해도 새로운 계획과 꿈으로 인해 투자의 시기가 되기 때문에 자산은 줄어든다. 그리고 내년 계사년부터는 그 창고가 완전히 텅텅 비어서 살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때가 온다.
이제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먹을 것을 찾아 움직이는 바쁜 시기가 된다. 어떤 것이든 나누고 어떤 것이든 살기위해 뭐든 할 태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임진년은 단지 희망의 해일뿐이어서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지는 않는다. 단지 임진년에는 언제 운이 풀리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만 잔뜩 있다.
정말 다급해지면 사람들은 마음을 비운다. 뭐든 일자리라도 있으면 감사할 것이며, 오늘 하루 살아남은 것에 행복해질 수 있다.
예전에 가난한 사람들이 노비가 되는 이유도 단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것만이라도 감사해서 스스로 노비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 인간은 죽지 않는다. 힘들고 고달플수록 더 없이 삶에 대한 열망이 강해져 자신의 몸에서 올라온다. 뭐든 닥치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이 더 이상 교만한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 보릿고개를 겪어본 어른들이 너도 한번 굶어 봐야 철이 들것이란 말씀이 생각난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과 물질적 고통은 정신적인 교만과 자존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듯하다.
내가 감히 어찌 그런 일을 할까? 혹은 그런 사소하고 폼 안 나는 일은 굶어죽어도 못한다는 생각도 버리게 해준다.
계사년이 기대 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줄 시기가 될 테니깐 말이다.
올해 뭔가를 계획하고 준비해 논 사람은 계사년엔 할 일이 있을 것이고, 그냥 창고의 곡식만을 빼먹고 항상 어디선가 도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내년엔 참 불행해 질것이다.
올해는 백로 상강을 끝으로 일 년이 정리가 된다. 그리고 내년의 운은 양력 1월부터 시작하게 된다. 내년 1월을 기점으로 올해에 준비된 것들이 펼쳐나가게 되는데, 그건 지금 입동 전에 열심히 준비해 놓은 것 때문에 발생되는 일이 된다.
내년에 잘 풀릴까요? 라는 질문을 요즘은 많이 받는다. 물론 올해보단 내년이 활동성이 강하고 바쁘게 돌아간다. 그렇다고 다 잘 풀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올해 고생을 심하게 하고 배운 것이 있는 사람에겐 내년 운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계획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힘든 한해가 될 것이 틀림없다.
올해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희망만으로 살아 견뎠던 해인 것 같다. 그렇게 고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내년은 반드시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조금 남은 임진년 마지막도 잘 견디며 세상엔 영원히 나쁜 것 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희망을 가져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