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 - 112
홍어
오태환
쐐한 薄荷잎 향기가 쓸쓸했다 썩은 두엄더미와 썩은 볏짚 속에서 삭힌 한 철 내내
비뚜로 구겨진 채 검게 빈 구강, 아직 선득선득한 배지느러미, 방패연같이 납작하고 흐린 몸피, 미늘 같은 가시가 돋친 꼬리, 울금빛 애까지 샅샅이
항구의 그림자처럼 어두워졌겠다 항구의 그림자에 항구의 그림자가 포개진 것처럼 어두워졌겠다
불완전연소의 허기
콧속과 인후를 양잿물에 재 놓은 것 같다
뱃살 한 점에 미나리를 얹고 양념간장을 찍어 입안으로 가져간다 그러니까 소줏잔을 곁들인 무심한 젓가락질은
다만 그것의 쓸쓸함과 내통하거나, 그것의 어둠에 독하게 부역하는 일
이 숨죽인 식욕을 채우는 저녁나절, 눈발 날리는 항구의 저녁나절
아, 우리 콧속으로 들어오는 그 모든 냄새는 냄새가 되기 위해 얼마나 깊게 썩어문드러져야 하는 것이냐. 우리 몸을 빠져나가는 냄새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우리 몸속에 머물다 가는 것이냐. 냄새는 머물다 가는 것. 연기처럼, 사라지기 직전에 퍼지는 주술 같은 것. 당신이 코를 돌려 피하는 냄새는 이미 당신 몸속에 가득 들어차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냄새는 욕망을 입으로 끌어당긴다.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유아기적 기질은 왜 어른이 되면 다시 발현되는 것일까? 먹고 빨고 내뱉고…… 프로이트가 말한 심리적 발달 첫 단계인 구순기(口脣期), 즉 입과 입술의 자극에서 성적 쾌감을 얻는 시기는 왜 어른이 될수록 더욱 발달하게 되는 것일까. 욕망과 냄새는 구석진 곳에서 피어오른다. 왜 그런 건지 굳이 먼 데서 찾을 필요 없다. 당장 당신 몸을 먼저 살펴보라.
박후기 시인(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