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113
타다토모의 하이쿠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시, 한 줄도 너무 길다는 말은 그다지 틀린 것 같지 않다. 일부러 시를 외워야 하는 사정이 있었다면야 사정이 다르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시란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어느 시 한 편의 한 대목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그 다음엔 뭐더라, 대개 그럴 것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면 되는 일. 어쩌면 사랑 고백에 말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는 일. 내리는 눈발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 또한 그보다 더 많은 모든 죽어간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남겼을까? 이름, 그래 이름이다. 이름만 기억되어도 그는 나름 성공한 삶을 살다 간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악행으로 이름을 날린 자 수두룩하지만. 이름 몇 자, 그것이 가장 훌륭한 하이쿠가 아닐까. 당신 이름 속에 담긴 뜻을 생각해보자. 이름 뜻대로만 살아도 당신은 나름 성공한 삶을 산 것이다. 아, 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는 이 글 또한 저 위 하얀 여백 속에 나뭇가지처럼 걸린 한 줄의 하이쿠만도 못한 것일 테니…….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