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2
내 집
천상병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하늘을 우러러 목 터지게 외친다. 들려다오 세계가 끝날 때까지…… 나는 결혼식을 몇 주 전에 마쳤으니 어찌 이렇게 부르짖지 못하겠는가? 천상의 하나님은 미소로 들을 게다. 불란서의 아르튀르 랭보 시인은 영국의 런던에서 짤막한 신문광고를 냈다. 누가 나를 남쪽 나라로 데려가지 않겠는가. 어떤 선장이 이것을 보고, 쾌히 상선에 실어 남쪽 나라로 실어주었다. 그러니 거인처럼 부르짖는다. 집은 보물이다. 전 세계가 허물어져도 내 집은 남겠다……
새해 잘 여셨는지요. 오늘은 시로 쓰는 ‘집’ 이야기 입니다. ‘운명 공동체’라는 말 참 따뜻하지요. 국가-사회-가족을 ‘운명 공동체’라고 부를 때, 운명을 함께한다는 말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연일 보도되는 2014년 부동산 전망과 ‘내 집’의 거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시인은 묻습니다. “누가 나에게 집을 사주지 않겠는가?” 담담한 듯 실은 “하늘을 우러러 목 터지게 외”치고 있지요. 그 외침이 하도나 간절해서 “세계가 끝날 때까지”라는 시점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꼭 남쪽 나라가 아니어도, 방 한 칸 없이 살다간 시인이 아니어도, 요즘의 우리는 꿈꾸게 되지요. 저마다의 사정이 담겨있을 “짤막한 신문광고를” 말이지요. 그때만큼은 소시민이 아닌 “거인처럼 부르짖”게 됩니다. “집은 보물이”라고. “전 세계가 허물어져도 ‘내 집’은 남겠다……”. 아니 ‘내 집’은 남아야 한다고. 그 집은 ‘운명 공동체’의 가장 따뜻한 이름이라고!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