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3
볼록볼록
신현정
과연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그리고 꽃송아리들이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으로
교체해주셨으면 하고 존경하는 시장님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고 시장님.
당신께 드리고픈 새해 ‘새마음’. 언제나 ‘길’은 ‘나아감’을 떠올리게 하지요. 우리가 마주하게 될 풍경이 여기 있습니다. “이 시각 안내견을 앞장세워// 맹인 하나 어김없이 지나가는 이 시각 이 길을” 바라보아요. 만약 “발 디딜 때마다 해가 볼록볼록// 달이 볼록볼록// 별들이 볼록볼록” 떠오른다면 어떨까요. 마침내 “꽃송아리들”까지 “볼록볼록 올라오는// 보도블록”이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길’을 나서는 일이 두렵지 않을 거예요. 시장님, 아니 그보다 높으신 이름들이여!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도 한 번쯤은 밟고 지나가게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리나요. ‘마음의 사회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회의 표정은 곧 구성원들의 ‘마음’이기 때문이지요. “갓 구워낸 말랑말랑한 빵”냄새의 시간을 그리며.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