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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4 |4월 |엄원태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4

4월

엄원태




(……)

어느 봄날엔가, 당신이 까닭 없이 서러워져 홀로 들길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때, 저 외진 지상의 별무리들에게 그렁그렁 어린 눈길을 주었던가. 그래선지 오늘 내가 거기서 왠지 서러운 빛깔의 메시지를 전해 받는다. 슬픔도 저리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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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라고 원했습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적 정언이 맞지 않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어느 봄날” 그러니까 지난 ‘세월’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까닭 없이 서러워져 홀로 들길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때”를 말이지요. 무슨 연유인지 당신은 곁에 없고, 혼자된 시인의 질문이 이어집니다. “저 외진 지상의 별무리들에게 그렁그렁 어린 눈길을 주었”을 당신에 대해 말이지요. 아직 차가운 봄 바다, 새로운 별무리가 새겨졌다는 비보(悲報). 이제 당신이라는 청춘 대신, 우리만 남아 ‘세월’을 견뎌야 합니다. 서늘한 예감의 순간에 보내온 ‘사랑해’라는 메시지, 세상에서 가장 “서러운 빛깔의 메시지”임에 틀림없지요. 차마 “슬픔도 저리 환하다.”라는 문장에 애도의 마침표를 찍으면서, 찍지 못하면서.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