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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탁-열 개의 별 이야기

오광탁-

열 개의 별 이야기 (무 戊 - 사람의 세상을 수호하는 자)

무토(戊土)는 외부의 시간을 말한다. 밖에서 노는 시간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된다. 무토(戊土)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현관문 같다. 따라서 말이 많다. 물론 사람들이 찾아 올 때만 그렇다. 무토(戊土)의 땅은 산과 같이 바람을 막아주고 물을 거둔다. 그것은 사람들을 살기 좋은 마을에서 살도록 해주려는 수호의 정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토(戊土)는 자기에게 의지한 사람들을 버리거나 내치지 않는다. 물론 산적과 뜨내기들은 예외다.

땅은 무엇인가를 간직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땅 속엔 오만 것들이 다 들어있다. 땅에서 물이 나오고, 땅에서 나무와 풀들이 나오며, 귀금속이 나온다. 인간들은 예전부터 그런 땅을 가지고 싶어 했다. 하지만 가지면 뭐할까? 일구지 않고 파내지 않으면, 땅은 그냥 땅일 뿐인데 말이다. 건드려지지 않는 무토는 조용하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만을 지킨다. 그래서 그들에겐 무서운 것이 없다. 뭐든 자신의 몸과 숨겨진 지혜로 막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난 한때 무토를 막무가내라고 칭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일단 부딪치고 뭐가 나올지 나중에 안다. 무토의 성격은 그들이 품고 있는 것에 따라 참 여러 가지의 성격으로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마음속엔 자신을 믿고 의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듯싶다. 자신을 부실한 현관문 정도로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의 무토의 이야기라는 것을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따라서 무토는 고고하다. 항상 높은 곳에서 우릴 바라봐 준다. 위험을 먼저 감지하고, 불편함을 먼저 알며, 어떻게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인지 그들은 대충은 알고 말한다.

토는 현실의 연결고리이며 시간의 모습이다. 결국 우린 토안에서 살고 죽는다. 그래서 사주에 토가 없는 사람들은 그 시간의 기다림을 잘 모르기도 한다. 노력한 만큼, 일군만큼 다가오는 결과에 대해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물론 재수가 좋고 지혜가 있다면, 우물을 찾는데 그다지 많은 노력은 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수고와 인내의 시간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토가 없다면 그 과정을 당연시 여기지 않게 된다. 무토(戊土)는 만남의 시간이다. 어울려 놀며 서로 아끼고 함께하는 속에서 새로운 창조를 도모하는 시간이다. 즐거운 수다의 시간이며, 서로의 마음과 기술을 나누고자 하는 시끌벅적한 장터의 공간이 된다.

장사꾼 같은 무토는 먼저주고 나중에 받는다. 언제나 그들은 “넌 뭐 줄 건데!” 라고 말하지만, 대체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한다. 그들의 마음엔 언제나 남에게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아끼질 못한다. 무토의 이중성은 스스로 공평하다는 데 있다. 누가 땅 아니랄 까봐, 한 만큼 될 거란 이야길 하지만, 스스로는 그것을 잘 안 지킨다. 뭔가 착각하는 듯하고, 뭔가가 자신의 계산대로 세상을 생각하기에 무토의 말들은 종잡을 길이 없다. 어쨌거나 그렇다고 해도 원래 시장바닥이란 게 파는 사람 마음이니깐 어쩔 수가 없다. 무조건 무토의 말이 옳다고 해주면 일은 다 끝난다. 그들이 결코 자신만 이익 보려는 속셈이 아니란 것을 믿어주면 그만이다. 무토의 마음은 크지만 결코 모든 것을 포용하지는 않는다. 멋대로 부는 바람을 싫어하고 맘대로 흘러가려는 물을 잡으려는 속성이 있기에 무토 앞에선 예의를 바르게 가져야 한다. 그 예의라는 것도 형식보다는 상대에 대한 진심어린 존중을 뜻하는 것이라서 속이기도 어렵다. 무토는 똑똑하다. 우리의 행동을 주시하고 비춰주며 인도해준다. 산신령 같이 우리 머리 위에서 선과 악을 구별한다. 그러니 그냥 무토 앞에선 무조건 솔직해지자. 쇠도끼라고 말하면 금도끼를 주니깐 진실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면 다 용서해 주고 선물도 준다.

무토(戊土)에겐 특별한 고집이 없다. 단지 우리의 노력에 반응하는 사람들이다. 거짓말 탐지기처럼 내가 어떻게 무토를 대했나에 따라 무토의 모습은 달라진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거울이 된다. 만일 당신이 무토와 사이좋게 지낸다면, 아주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거짓을 싫어하고 정성이 없는 것을 싫어하는 무토는 어쩌면 우리들이 세상을 대하는 외부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편안한 집과 같은 기토(己土)는 쓸모없는 풍경처럼 있는 무토(戊土)의 고마움을 잘 모른다. 그래서 무토의 억울함은 이기적인 기토의 기고만장함에서 오지만, 그래도 그 둘은 함께 있어야 어울린다. 뭐 어쨌거나 무토는 나와 세상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삶의 시간이다. 베풀고 사랑하고 나누고, 일하고 교환하면서 사는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