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4 (목)

  • 맑음동두천 10.5℃
  • 구름조금강릉 16.2℃
  • 맑음서울 12.3℃
  • 구름조금대전 11.7℃
  • 흐림대구 18.1℃
  • 흐림울산 19.9℃
  • 흐림광주 13.0℃
  • 흐림부산 18.1℃
  • 흐림고창 9.4℃
  • 흐림제주 14.8℃
  • 맑음강화 11.3℃
  • 구름조금보은 11.5℃
  • 구름많음금산 11.7℃
  • 흐림강진군 13.9℃
  • 구름많음경주시 19.1℃
  • 흐림거제 16.6℃
기상청 제공

오광탁의 열개의 별 이야기

열 개의 별 이야기 (신 辛 - 고귀함을 지키는 자)


신금(辛金)처럼 무척이나 매력적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을 가진 천간은 없을 듯싶다. 한자의 풀이도 맵다, 고생하다, 살상(殺傷)하다는 뜻이 있다. 그렇듯 자기 사주에 신금(辛金)이 있다면, 고집이 세지고 변화하거나 타협하는 것을 못하는 성질이 생긴다. 그 이유는 신금(辛金)이 씨앗의 의미를 지닌 기운이기 때문이다. 경금(庚金)이 과육(果肉)처럼 보기 좋은 열매의 껍질을 이야기한다면, 그 안에 들어 있는 씨가 신금이다.

신금(辛金)이란 씨앗은 자신을 보호한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고귀한 정보를 함부로 바꾸거나 훼손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만을 좋아하게 되고, 변화를 요구하거나 성장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 한마디로 귀족처럼 살고자 하는 성향이 생기게 된다.

밤이나 잣, 아몬드처럼 단단한 껍질을 가진 것들을 신금(辛金)이라고 한다. 우리가 먹는 쌀이나 콩도 그렇다. 그것들은 단단하며 잘 변하지 않고 계절의 변화를 버티며 다시 땅에 심어질 때까지 고유의 형태와 정보를 유지하고자 한다. 하지만 신금은 생명에게 있어서는 먹을 것이 된다. 특히 짐승은 이런 신금을 먹고 살아간다.

신금(辛金)하면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에서 나오는 서장금의 모습이 떠오른다. 처음부터 똑똑하며 재주가 있고, 처음부터 예쁘고 자신을 인정하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신금은 그렇듯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만 살아갈 수가 있다. 한마디로 여자종인 궁중의 무수리가 된다.

신금은 까칠하다. 신금은 억지로 공부하지 않는다. 신금은 정리 정돈하는 재주를 가졌다. 신금은 선천적인 예술 감각이 있다. 신금은 그만의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을 반드시 간직하고 산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가리고 꺼려하며, 불평불만이 많다. 그 모든 것은 그들이 종자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신금(辛金)은 그 누가 되었든 무조건 예뻐해 주어야만 그들의 가치를 타인에게 선사한다. 씨앗의 소중함을 아는 자와 쌀과 곡물에게 감사할 줄 아는 자에게 그들은 기꺼이 희생한다. 무수리나 집사 같은 성질을 지녔지만, 그들은 결코 아무에게나 충성하지는 않는다. 주인을 스스로 선택하려하기 때문에 그들은 무진장 까칠하다.

태생부터 정해진 쓸만한 재주와 세상을 보는 기준을 타고 태어난 그들의 삶은 힘들다.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는 결코 기를 못 펴는데, 다른 천간의 기운들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금만은 그러지 못해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야 한다는 고지식한 그들의 기준은 그것에 어긋나는 상황을 결코 받아들이거나 용서할 수가 없다. 변질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씨앗이기 때문이다. 단지 좋은 환경이 되고 적절한 기운이 오면 신금은 땅에서 다시 성장하는 묘목처럼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신금은 뭇 짐승들의 먹이가 되어 희생양이 되는 경향이 많다.

신금에겐 발이 없다. 그래서 자신의 적당한 환경을 스스로 찾아 나서질 못한다. 마치 씨앗이라는 것이 어느 땅이든 박히는 순간 그냥 거기서 삶을 꾸려가려는 성질이 생기는 것처럼 신금은 자신에게 딱 맞는 세상을 선택하진 못한다. 신금의 가련한 삶은 그런 환경에서 오는 것인데, 오로지 운 좋은 신금만이 좋은 환경을 맞아 잘 크게 된다. 어쨌거나 그들의 까칠함과 전혀 다른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신금의 이중성을 알게 된다. 그러니 신금을 가진 자들을 소중히 하고 예뻐해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태생적인 재주가 맘대로 잘 싹틀 수 있게 해주는 그런 환경이 된다면, 어떤 신금도 불행하게 사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