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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탁> 열 개의 별 이야기 / 임(壬)-머물고 간직하는 자

임(壬)-머물고 간직하는 자

임수(壬水)는 변함없이 항상 있는 물을 뜻한다. 바다나 호수와 같다고 봐도 되지만, 그렇게 커다란 성질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고정된 실체를 갖고자 하는 성질이 임수(壬水)가 된다. 임수는 마무리고 완성이며 영원성을 의미한다. 지극한 어둠이고, 고요함이며 죽음의 편안함을 뜻한다. 그래서 임수(壬水)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뭐든 잡아먹는다. 임수에게 두려움은 없다. 단지 번잡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임수(壬水)는 탁수(濁水)이다. 검은색이며 그 깊이를 알 수가 없는 어둠과 같다. 그래서 다투지 않는다. 온갖 잡 생물들이 사는 바다나 강처럼 맑지 않아서 모두가 임수 안에 숨는다. 서로 다투지 않게 보호하며, 서로 자기 자리를 찾게 도와주고 서로 다름이 있음을 인정해준다. 하지만 그 성질은 차갑기 때문에 냉엄하다. 자기자리를 벗어난 것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섞이는 것을 싫어하며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하며 평화롭게 공존하기만을 원한다. 혼탁한 성질과 고정의 성질이 함께 양립하기 때문에 임수(壬水)를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포용과 허용이 함께 하면서 공존의 질서를 갖고자 하는 엄격함을 드러낸다. 그런 모습이 마치 시장 통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 시장 안에서는 온갖 물건이 잡다하게 하게 있지만, 그 다양한 물건이 아무나 집어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며, 아무 곳에나 놓여 있지 않다. 임수는 그렇듯 시장의 질서를 아는 사람들과 같다. 다름을 포용하지만, 그 것이 제자리에 자기 역할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듯싶다. 정리정돈과 거래의 원칙을 세우고 법을 지키고자 한다. 마치 경금(庚金)의 성질과 비슷해 보이지만, 경금이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폼 나게 세상에 군림하려고 하는 것과는 달리, 임수는 지배보다는 지킴을 더욱 중요시한다.

임수는 남성적이며 종교적이다. 궁극을 생각하고 한결같음을 좋아한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개혁을 원치 않는다. 임수(壬水)에게는 병화(丙火)처럼 뚜렷한 방향성이 있다. 태양인 병화가 상승욕구라면, 바다인 임수는 하향욕구를 지닌다. 빛은 빈 공간으로 뻗칠 수밖에 없고, 물은 낮은 곳으로 밖에 흐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병화는 정신적인 이상세계를 꿈꾸고 임수는 물질의 풍요함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임수를 가진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상세계를 찾아 헤매다 가난하게 될 일은 없다. 따라서 임수는 물질적인 부지런함을 찾는다. 풍요가 생기면 나눠주고, 가난이 닥치면 열심히 일한다. 물론 늘 가진 게 없다는 소리도 잘한다.

임수(壬水)하면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성격과 인생이 떠오른다. 포용과 강직함이 함께 하고, 순리를 따르며 변혁을 거부한다. 병화를 가진 사람들이 불꽃처럼 화려했다가 사라지는 반면, 임수를 가진 사람들은 수난의 세월을 격지만, 결국 안정을 찾아 편안한 휴식의 세계로 들어간다. 어쨌거나 세상은 그렇게 돌고 돈다. 병화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면, 임수는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는 힘이다. 그래서 임수 옆에 가면 편안함은 생기는데 의욕은 자꾸 수그러든다.

세상은 밤과 낮의 순환의 과정이다. 휴식을 제공하는 임수가 없다면, 혹은 의욕을 부추기는 병화가 없다면, 우린 변화가 없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여름과 겨울도 그렇다. 겨울이 있기에 우린 미래를 걱정하고 더 열심히 일한다. 또한 여름이 있기에 우린 넓은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는다.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서는 충분히 쉰다, 그리고 또 나간다. 어느 한 방향만이 옳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삶은 둥글게 춤을 추듯이 리듬을 탄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돌고 돈다. 임수가 너무 많으면 경직되고, 병화가 너무 많으면 들뜨지만, 그 둘이 손을 잡는다면, 세상은 참 재미있어 질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재미있게 살아보라고 세상의 기운은 우리를 인도한다. 그러니 임수를 만난다면 잠시 쉬다가 병화로 대해주면 더 재밌어질 것이다. 병화 또한 임수를 만나 쉬는 것도 해야 할 테니까 서로는 참 좋은 친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