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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78 ㅣ3분 동안ㅣ최정례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78

3분 동안

최정례


3분 동안 못할 일이 뭐야
기습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지

그런데
이봐
먼지 낀 베란다에 널린
양말들, 바지와 잠바들
접힌 채 말라가는
수치와 망각들
뭐하는 거야

저것 봐
날아가는 돌
겨드랑이에서
재빨리 펼쳐드는 날개를

저 날개 접히기 전에
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지

도장을 찍고
악수를 청하고
한 나라를 이루어야지

비행기가 떨어지고
강물이 갇히기 전에
식탁 위에 모래가 켜로 앉기 전에
찬장 밑에 잠든 바퀴벌레도 깨워야지
서둘러 겨드랑이에
새파란 날개를 달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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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넘나드는 분방한 상상력과 독특한 화법으로 개성적인 시 세계를 펼쳐온 최정례 시인의 시입니다. 3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시인은 말합니다. “기습 결혼을 하고/아이를 낳을 수 있지/다리가 끊어지고/백화점이 무너지고/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왜 일상의 과제들을 마치는 데는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그 사이 “수치와 망각들”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나라를 이루는 일 역시 깜깜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비행기가 떨어지고/강물이 갇히기 전에/식탁 위에 모래가 켜로 앉기 전에/찬장 밑에 잠든 바퀴벌레도 깨워야” 할 때. 우리의 모든 가능성이 불가능성으로 변하기 전에 “서둘러 겨드랑이에/새파란 날개를 달아야”할 것 같습니다. 날개야 어서, 돋아라.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