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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90 I 찬란한 봄날 I 김유섭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90



찬란한 봄날

김유섭







나무들이 물고기처럼 숨을 쉬었다

비가 그치지 않았다

색색의 아이들이 교문을 나섰다

병아리 몸짓의 인사말조차

들리지 않았다

물살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문구점

간판이 물풀처럼 흔들렸다

자동차가 길게 줄을 서서

수만 년 전 비단잉어의 이동로를 따라

느릿느릿 흘러갔다

물거품으로 떠다니는 꽃향기 속

수심을 유지하는 부레 하나

박제된 듯 정지해 있었다

위이잉, 닫혔던 귀가 열렸다

아이를 기다리던 엄마가 환해지며

비늘 없는 작은 손을 잡았다

꽃무늬 빗물이 찬란한

누구나 헤엄쳐 다니는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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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봄날’은 과거에 있을까요. 미래에 있을까요. 어쩌면 모든 ‘찬란한 봄날’은 현재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만히 시인이 포착해 놓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유년 시절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 교문과 병아리와 문구점 등등. 우리는 어느새 느릿느릿 그 시간과 마주하게 있습니다. 어른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면서부터, 닫혀버린 귀가 일순 ‘위이잉’ 열리는 것도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네요. 그 어떤 장면보다 아이와 엄마의 얼굴을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번집니다. ‘비늘 없는 작은 손’을 기억하시나요. 네루다는 질문합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라고 말이지요. 오늘의 시편도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이토록 ‘찬란한 봄날’에 대해서!







이은규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