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02
마음의 오지
이문재
탱탱한 종소리 따라나가던
여린 종소리 되돌아와
종 아래 항아리로 들어간다
저 옅은 고임이 있어
다음날 종소리 눈뜨리라
종 밑에 묻힌 저 독도 큰 종
종소리 그래서 그윽할 터
그림자 길어져 지구 너머로 떨어지다가
일순 어둠이 된다
초승달 아래 나 혼자 남아
내 안을 들여다보는데
마음 밖으로 나간 마음들
돌아오지 않는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던 마음들
아침은 멀리 있고
나는 내가 그립다
여름 한낮, 문득 ‘오지’를 떠올려 봅니다. 누군가 ‘오지’를 향한 발걸음은 보이지 않는 길을 찾는 것과 같다고 말했지요. 보이지 않는 길, 아득함으로 이어지는 길일까요. 오늘의 시인이 들려주는 시편 역시 특별합니다. 깊고 깊은 ‘마음의 오지’이기 때문이지요. 종소리, 공중으로 스며든 것만 같은 그 소리는 빈 항아리 속으로 도착하게 됩니다. 고여 있는 종소리는 어느 순가 새로운 종소리로 태어날 수 있지요. 빈 항아리를 가득 메운 기억들은 밤이면 어두워지는 것으로 깊어지겠지요. 무수히 많은 소리들이, 기억들이 내 마음 속으로 도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문장처럼 ‘나는 내가 그립습니다’. 나, 영원히 그리운 존재의 다른 이름이겠지요. 마음이라는 오지를 찾아 평생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떠나요. 둘이서, 오늘의 나와 미래의 나.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