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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108ㅣ나무와 까치ㅣ이상호

용인신문 시로 쓰는 편지 108

 

나무와 까치

 

이상호

 

높은 나뭇가지에

세 들어 사는 새

 

세도 안 내고 집짓고 새끼 기르며 살기가 영 민망한지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까치발로 조심조심 걸어드는 새

 

그 마음을 아는지 나뭇가지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걸 쭉 지켜보는 하느님도 말없이

따뜻한 어둠을 펴서 함께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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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사의 도저한 흐름 속에서, 이상호 시인은 서정의 문법을 내면화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변용시킨 우리 시대의 뛰어난 서정 시인이다. 그의 여덟 번째 시집 마른 장마(시로여는세상, 2016)에 담긴 시인의 말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시적 지향점을 만나볼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가 마음에 차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마음이 더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시심의 물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는 탓이리라. 두렵다. 발길 드문 산속 조그만 옹달샘 같은 이마저 고갈될까 문득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이 머무는 지점은 시가 마음에 차기를 기다리는 시간일 것이다. 오늘의 시편을 만나보자. 시 속의 풍경에서 나뭇가지에 세 들어 사는 새는 까치발로 걸어 들어가고, 그 마음을 헤아리는 나뭇가지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또한 그걸 바라보는 신 역시 그들을 포용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시적 주체는 이렇듯 자연적 대상과의 교감을 고요하게 그려낸다. 이 풍경 앞에서 우리가 떠올리게 되는 단어는 숙연’.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