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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ㅣ지상의 시ㅣ김현승

이은규의 시로 쓰는 편지

 

지상의 시

 

김현승

 

 

보다 아름다운 눈을 위하여

보다 아름다운 눈물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상실의 마지막 잔이라면,

시는 거기 반쯤 담긴

가을의 향기와 같은 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사라지는 것만이, 남을 만한 진리(眞理)임을 위하여

나의 마음은 지금 저무는 일곱시라면,

시는 그곳에 멀리 비추이는

입다문 창()……

 

나의 마음은마음바다 로맨스 그레이로 두른 먼 들일 때,

당신의 영혼을 호올로 북방(北方)으로 달고 가는

시의 검은 기적

 

천사들에 가벼운 나래를 주신 그 은혜로

내게는 자욱이 퍼지는 언어의 무게를 주시어,

때때로 나의 슬픔을 위로하여 주시는

오오, 지상의 신이여, 지상의 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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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익어가는 계절, 가을. 시적 주체가 소망하는 것은 보다 아름다운 눈이나 보다 아름다운 눈물로 표상됩니다. 물론 여기서의 아름다움은 유미주의적이고 자족적인 심미성(審美性) 그 자체만은 아니겠지요. 그것은 경지로서의 아름다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삶은 채우기 위해 비우는것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인의 역시 잔속에 반쯤 담겨 있는 술로 비유됩니다. ‘()’이라는 양 자체가 긍정과 부정, 곧 소멸과 충일을 동시에 가능성으로 갖고 있지요. 가을의 향기 역시 소멸과 풍요라는 이중적 속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투명에 가까운 가을 하늘과 지상에 가득한 한 사람의 목소리.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