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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21ㅣ다시 눈을 떴을 때ㅣ이우성

 

다시 눈을 떴을 때

 

 

이우성

 

모래는 모래 위에서 계속 길을 덮으며 나아갔다 나는 모래를 주워 먹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래였다

나는 맨발이었고 모래를 밟지는 않았다

그러나 모래는 잊힌다

 

모래는 내 몸속에서 길을 낸다 그리고 바다에 닿는다

나는 그곳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멀리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이다

모래처럼 나도 노력을 한다

 

슬픔을 모르기 때문에 모래는 방향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래는 괜찮을까

의미 없이 바람이 불고

나는 한 개의 모래가 될 때까지

흩어지는 것이다

 

붙지 않는 살

나는 모래를 그렇게 부른다

몸에서 바람이 부는 사람은 바다에서 걸어왔고

눈에서 모래를 쏟는 사람이 나를 낳았으며

서둘러 죽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모래는 전생으로 가는 길을 낸다

 

그러니 나의 불화여, 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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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와 나와 방향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 모래와 나는 멀리 어디로 가고 싶은존재들. 그곳에 닿기 위해 모래처럼 나도 노력하는 중. 그러나 모래와 나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슬픔을 모르기 때문에 모래는 방향을 생각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슬픔을 알기 때문에 인간은 방향을 생각한다는 뜻과 함께 하지요. 여기서의 슬픔은 곧 의미. 일종의 제거하기의 수사학, 모든 슬픔과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을 꿈꾸며 나는 우두커니 모래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그 순간은 언제나 유예되는 시간. 그러한 연유로 의미 없이 바람이 불고/나는 한 개의 모래가 될 때까지/흩어지는 것”. 흩어지는 것으로 존재를 증명해야하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발생합니다. 그러니 나와 나의 불화, 나와 세계의 불화, 나와 모래의 불화는 영원히 울게 될 것. 그 울음에 따라, 인간은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게 될 것.

 

 

이은규 시인 yudite2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