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사)대한노인회용인시수지구지회 취업지원센터장
어르신의 마음씨 닮은 호박엿 사탕
지난해 10월의 어느 날, 풍덕천1동에 거주하는 74세 어르신이 수지구지회 취업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자리를 안내하고 차 한 잔을 건네 드리며 초기 상담이 시작됐다. 인상도 깔끔하고 첫인상이 모범생다운 좋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구직신청서를 작성한 어르신, 정말 74세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다.
어르신 취업상담업무 11년차의 촉은 초기 상담의 이미지가 늘 취업 연계까지 거의 들어맞게 했다. 결국 어르신께 세 차례에 걸쳐 사업체 알선을 해 드렸으나 연령이 많다는 이유로 취업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른 지역 취업센터장으로 부터 어서 한 분 찾아서 추천해 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 나이 많아 미뤄진 어르신이 떠올랐다. 일자리인 즉 성남시 가천대역에서 지하철신호수를 하는 일이었다.
어르신께 하는 일을 안내해 드리고 근무시간 등 자세한 조건을 알려주니 흔쾌히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길로 달려간 어르신은 오후 3시 근무조로 그날부터 바로 근무하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 근무를 마치고 23시50분 마지막 지하철을 탑승하고 귀가하면 거의 새벽 1시가 된다고 했다.
휴일이 없는 일터에서 3개월을 넘게 결근한번 없이 성실하게 근무에 임했다는 어르신, 그곳 가천대역의 지하철신호수가 올 2월초 마무리 되는 바람에 어르신은 그나마 적성에 맞는 것 같았는데 일터를 잃게 됐단다. 재취업을 원하니 또 취업시켜 달라고, 아무 일이나 좋으니 어디 든 일터를 구해달라고 애원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초까지 지하철신호수 일터 덕분에 구직 상담한 6명이 일자리를 갖게 됐었다.
며칠 전 죽전역사를 지나게 됐다. 건너편에 취업시켜드린 어르신이 추운 날씨에 근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짠했다. 어제 퇴근 시간 다시 재취업을 원한다며 내방한 다른 어르신, “센터장 나 꼭 또 취업시켜주어야해요.”라며...
“나한텐 적성도 맞고 좋아서 오래 더 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구겨진 작은 종이 가방 안에서 다시 포장한 봉투 하나를 건네신다. “이거 뭐예요?” 어르신께서는 “호박엿 사탕인데 센터장 고마워서...”
어르신의 눈망울을 바라보니 눈물이 핑 맺힌 모습이다. 100세 시대 노후 대책, 건강하게 사는 노후의 축복, 일자리 등등 갑자기 내 머리도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입춘은 지났는데 연이은 동장군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오늘 퇴근 무렵 다시 만난 호박엿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씨와 어르신의 모습에서 난 봄을 느낀다.
“나 아직 건강해요! 센터장 언제든지 다른 일자리가 나오면 일할 수 있으니 꼭 전화주세요. 기다릴게요”라며 되돌아가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2월초에 시작해 일주일간 접수 받았던 2018년도 용인시 노인사회활동 일자리도 마감됐다. 기초연금수급자로 자격 요건이 제한되는 부분 또한 현장에선 많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어르신들의 구직 욕구에 얼마나 많은 알선과 일자리로 충족감을 드려야 할까? 주신 호박엿 사탕 봉지를 보며 그래도 어르신들을 위해 열심히 해보자! 미소를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