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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 기술이고 경영이다.

홍승표(전 용인부시장)

 

[용인신문] 2012년 7월부터 1년 6개월간 용인시 부시장으로 일했다. 첫 월급을 받았는데 수당이 적게 나왔다. 경전철 부채를 갚기 위해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들의 수당을 삭감했다는 것이다. 말이 자진삭감 형식이었지만 고육지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 연가보상비와 시간외수당도 전액 삭감되었다. 가용재원이 없으니 모든 공사는 중지되었다. 5000억이 넘는 채무상환계획을 행정자치부에 보고하면서 죄인 취급을 받았다. 용인에서 일하자마자 수모를 겪은 셈이다.

 

용인시가 ‘신봉3근린공원’ 토지보상금 2000억 원을 LH의 토지은행에서 빌려 사업을 추진하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이를 위한 시의회 동의안이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단 철회되었다고 한다. 사업추진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것이다. 왜 그럴까? 장기미집행 공원용지인 신봉3지구의 경우 2023년 1월 시효가 만료된다. 이곳은 수지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보존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시의회에서 왜 반대하고 나섰을까?

 

백군기 시장은 지난 2019년 공원일몰제에 따라 실효 예정인 장기 미집행 공원 용지 확보를 위해 시 예산 3427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난개발 등의 부작용 우려가 있는 신봉3지구 도시공원을 비롯해 6곳을 중점관리공원으로 정해 시가 직접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다. 신봉3지구만 2000억이 들어가는데 예산이 부족해 토지은행에서 빌려 지급하고 2027년부터 5년간 400억씩 분할 상환하는 것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빚은 결국 2027년부터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그때 시장은 무슨 생각이 들까? 전임자의 잘못 때문에 경전철 건설로 인한 채무상환을 하던 시장이나 직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2000억이라는 막대한 시민 세금이 신봉3지구 주민들을 위해 쓰여지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당연히 특정 지역 주민들을 위한 특혜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빚까지 얻어가면서 추진해야 할 일인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수원시는 지난 2016년 전국 최초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도입해 시행해 왔다. 수원시는 내년 준공예정인 ‘영흥공원’을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민간자본을 유치해 수목원과 축구장 등 주민편의시설을 대거 얻게 되었다. 전체 부지의 84%를 공원으로 만들어 기부채납 받게 된 것이다. 용인 인근 광주시도 중앙공원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개발하고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사업이 완료되면 시는 전체면적 43만1000㎡의 78%에 달하는 공원을 기부채납 받게 된다.

 

민간사업자가 추진할 땐 전체면적의 30%를 사업자가 개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와 협상을 통해 개발면적이 약 20% 내외에서 조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2000억을 빌려 100%의 공원을 조성하는 것과 시 예산은 전혀 투입하지 않고 80% 내외로 조성된 공원을 기부채납 받는 것, 어느 것이 좋은 방안일까? 일반 상식적으로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게 맞는 일일 것이다.

 

신봉3지구의 용인이씨 종중은 정부의 신도시 건설에 따라 당시, 용인군의 허가를 받아 이전 조성한 묘역을 도시공원 조성이라는 미명 아래 다시 강제 이주하게 된다면 부당한 행정행위라며 제척 요구를 할 것이다. 이 사업이 늦어지고 2023년 1월까지 법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건축허가 신청 시, 행정 행위상 불허할 명분이 사라진다. 이곳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지역들도 많으니 이래저래 걱정일 것이다.

 

용인시의 주인은 시민이고 공직자는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 시장은 시민이 선출해 행정 권한을 위임한 한시적 공직자이다. 시장이 주인행세를 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빚을 내 살림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빚을 갚는 건 시장이 아니라 온전히 시민들의 몫이다. 정부나 다른 자치단체들이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업을 추진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행정도 기술이고 경영이다. 용인시의 주인인 시민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