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했던 시대의 상징물인 경천사지 10층 석탑의 수난 요란했던 역사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일제의 조선 식민 지배의 상징물인 총독부 건물이 폭파됐다. 당시 이 건물은 국립 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졸속 전시 행정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과거역사의 청산을 주장하며 중앙박물관을 없애 버렸다. 10년의 공사끝에야 현재의 용산 중앙 박물관으로 이전했지만 박물관 설계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원래 설계 지침은 박물관 중앙의 메인로비 한가운데 경천사지 10층석탑을 전시하도록 했다. 역사바로세우기가 진행된 가장 큰 이유였던 식민청산 이었는데, 원 간섭기의 상징과도 같은 경천사지 10층석탑을 중앙에 전시한다는 이유였다. 결국 탑은 중앙로비에서 동관으로 옮겨졌다. 수려한 조형미와 이국적 풍모를 지니고 있는 탑의 원래 위치는 경기도 개풍군 광덕면 중련리(개풍군 광수리, 현재 개성시 부소산기슭)의 경천사지에 세워져 있었다. 이 석탑의 기구한 운명은 조선의 쇠퇴와 더불어 시작되었다. 1907년 조선을 방문한 일본의 궁내성 대신 다나카 미츠야키가 이 탑을 탐내었다. 1909년 조선에 대사로 온 다나카는 고종이 경천사탑을 자기에게 하사하였다는 터구니 없
자매 백은선 색색의 조명등이 나에게 여러 개의 그림자를 달아준다 우리 자매는 몇 가지 놀이를 가지고 있다 어떤 날엔 촛농 같은 쿠키를 집어 먹으며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부르기로 한다 맹세를 할 때는 맹세만을 생각한다 불어나는 혓바닥처럼 우리는 훈련한다 식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우리는 다툼을 꾸며낸다 너는 이제 영영 네가 되어야만 할 거야! 거품이 터지는 소리 물속에 잠겨 있을 때 내가 흉내 내는 동물의 울음소리들 빛은 내 몸을 구석 투성이로 만든다 언니는 오래도록 식탁 아래 남아 헤아린다 접시를 쥐고 하나두울 하나 다시 하나 가느다란 빛이 두 귀를 관통한다 초식동물들의 몸 안에 새겨진 어두운 울음을 생각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리본처럼 풀어지는 혀를 훔치고 싶다 나는 언제부터 동화적 상상력을 잃어버린 걸까? 언제부터,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동화 속에나 있는 일이며, 동화 속의 그 모든 해피엔딩은 왜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고 믿게 된 것일까? 어릴 때, 탁자 아래 혹은 서랍 속의 비밀 주머니에서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그 모든 일들이 마치 중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는 옆집 아저씨 이야기쯤으로나 듣고 있구나. 자매들은 엄마가 되는 순간 헤어지는구
후한 때 형주자사 양진이 천거한 왕밀은 창읍 고을의 수령이 되자 인사 하러 가서 황금 열 근을 감사표시로 주었다. 이에 양진이 말하길 나는 그대를 알아주었는데 그대는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구려 참 서글프이 속뜻을 이해 못한 왕밀은 지금은 어두운 밤이니까 황금 열 근을 받으셔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했다. 양진이 말한다. 하늘이 알고(天知), 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아는데(予知) 어찌 아는 자가 없다고 그러시는가. 소학 6권 선행 편 57문장에 나오는 사지(四知)론이다. 지금 강호에는 삼성가(家)의 일로 매우 시끄럽다. 얼마 전에는 삼성가의 2세대인 희자 항렬의 맹과 건자 쓰시는 형제간의 4조 원대 재산 송사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삼성가의 3세대인 재자 항렬의 현자 쓰는 이가 페이퍼 컴퍼니사건으로 강호를 떠들썩하게 한다. 한갓 종이 한 장으로 뭉칫돈을 가릴 수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거부 집 자식으로 태어나서 강호의 쓴맛을 알길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분 격이랄까? 이런 철부지를 위해서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해관 편에서 말한다. 평소에 장부를 잘 정리해 놓으면 내일이라도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어 첫 등원하던 때가 생생하다. 당선된 의원 124명은 본회의장에서 청렴하고 성실하게 의정활동에 임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배치된 상임위에서 처음 대면하는 동료들과 잘해보자는 다짐을 나누었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시간, 책상을 찾는 필자에게 직원은 난감하다는 듯 웃으며 대답한다. 의원님, 의회에 의원님들 책상이 없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이 때 쓰려고 있는 말처럼 참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책상도 없이 의정활동을 시작하고 벌써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원책상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역구 출신의 의원은 다양한 성격의 민원을 접하게 되고 민원인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경우 주민들을 만나는 곳은 주로 동네 커피숍이다. 도의회를 방문하더라도 귀한 지역주민께 따뜻한 차 한 잔도 제대로 대접할 수 없는 상황이니 주민들을 수원까지 오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을 끼치게 될까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민원인들과 동네 커피숍에서 오순도순 민원이야기, 지역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십중팔구는 이렇게 묻는다. 도의원은 보좌관 없어요? 아마 혼자 아등바등하는 필자가 안쓰러워서 보내는 위로와 응원이라고 가슴에 새겨왔다. 지난 5월 수
버리긴 아깝고 박철 일면식이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을 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품에 안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시집 한 권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이 땅에서 시인으로 살아갈 작정을 한 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시집을 출간하면 다른가? 또 여기저기 곡진하게 감사의 글을 적어 보내주어야 한다. 갑을 관계? 멀리서 찾을 것 없다. 등단 십 수 년에 시집 몇 권에 내로라하는 문학상까지 받은 시인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이름조차 보이지 않는 문단 말석의 시인들을 말해 무엇 하랴. 그래, 식당 아줌마가 유명 평론가보다 맛있게 시를 읽었을 터, 시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는 것이기에. 시인도 시집을 버리긴 아깝고 아줌마도 아귀찜을 버리긴 아까웠으니, 둘 다 가슴 밑바닥에 앙금처럼 가라앉아 잊고 지내던 뜨거움을 확, 불살라버
▲ 정림사지 5층석탑 망국의 백제 수도 사비성에 남겨진 쓸쓸한 낙서(?) - 정림사지 5층석탑 역사는 승자의 것이다. 그러나 후대에 이어질 기억마저 모조리 차지하지는 못한다. 진 자는 가물가물한 기억의 힘으로 살아남는다. 그 흔적인 문화유산앞에 서서 그 아련한 역사를 보노라면 감정은 오롯해진다. 전통석탑의 백미라고 하는 부여 정림사지 5층석탑. 푸른 하늘을 향해 날렵한 지붕돌 끝의 쳐들린 선이 너무나 아름다운 백제의 탑이다. 그 아름다운 백제 장인의 솜씨에 낙서해 놓은 (1층 탑신부에 660년 백제 멸망 당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명으로 새긴대당평백제국 비명)은 망국의 나라 백제의 아픔, 우리의 아픔을 처연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숱한 양민들을 살상하고 사비성 안의 궁성과 사찰을 불지른 소정방은 전과에 고무되어 공훈비를 새기기로 한다. 불에도 타지 않는 화강암의 5층 탑에 문사 권회소를 시켜 글자를 새긴다. 내용을 보면 출정한 중국 장수들의 공덕을 치켜올리고 잡아간 왕족, 백성과 정복한 땅의 내력을 자랑스럽게 적고 있다. 끝간 줄 모르는 이국 장수의 기고만장함이 느껴진다. 글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반도의 오랑캐가 만리 밖에 떨어져 천상을 어지럽게 하고
▲ 강남병원 소아청소년과 안소현 “이거 아토피 아니죠?” 아토피피부염이 늘면서 바이러스성 발진으로 내원한 아기엄마들의 첫마디다. 이처럼 아토피피부염이 엄마를 두렵게 하지만 피부 건조와 약간의 발진이 모두 아토피는 아니다. 가려움증이 없다면 아토피가 맞는지 확인검사가 필수다. 아토피피부염은 어린이 대표알레르기질환의 하나로 얼굴에서 시작되며 건조하고 거친 피부와 가려움증이 특징이다. 증상으로는 가려움증이 없는 피부질환은 아토피피부염으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첫 번째가 가려움증이다. 생후 1~2개월부터는 얼굴의 뺨을 위주로 나타나며 돌 지나면서 몸통 팔다리의 펴진 부위에, 3~4세경부터는 팔다리 접힌 부위에 많이 나타난다. 좋아졌다 나빠지는 증상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고 가족에게 증상이 있거나 어린이 자신에게서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며 그 외는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아직 밝혀진 유전자는 없으며 유전적 소인을 갖고 있어 식구 중에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있으면 어린이에게 아토피피부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아토피피부염은 환경, 식습관 등 여러 요소의 복합 작용으로 발생하므로 일찍 발견하고 잘 관찰하며 조절하면 예방할 수 있다. 첫아이가 아토피인 경우,
○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중앙회장 崔孝錫, 여성회장 鄭月子)는 지난 4월 25일 광주광역시 염주체육관에서 2013 전국 여성지도자대회를 개최했다. 광주광역시협의회(회장 강동호, 여성회장 김현숙)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17개 시도협의회와 232개 시군구협의회, 3271개 읍면동위원회의 25만 여성회 회원을 대표해 5천여 바르게살기운동 여성 지도자들이 참여했으며, 유공 회원에 대한 정부 포상 등이 진행됐다. ▲ 바르게살기운동중앙회 정월자 여성회장 이날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바르게살기운동 여성 지도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앞으로 여성들이 행복한 사회와 국민 통합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역할 확대를 통하여 일과 가정이 양립을 이루는 데 정부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여성의 활발한 사회적 참여를 통해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당부했다. ▲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좌측 세번째)과 각 시도 여성회장단 이날 행사에는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강운태 광주광역시장, 조호권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등 외빈들이 함께했으
사주를 보면 어느 사람이든지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은 고집이나 자부심으로 나타나는데 사물로 비유하자면 그릇의 모양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것이 지적이거나 아니면 체력적이든 혹은 직감과 감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건 단지 모양일 뿐이고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왕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주가 있다고 하자. 그는 어려서부터 자기 고집대로 타인의 말은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고 싶어 한다. 사주라는 틀이 그에게 그러한 느낌과 생각을 주기 때문인데, 정치성이 생기며 자기 주도적성을 가진 권력으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과연 타인도 그를 왕으로 생각해주느냐이다. 호언장담하고 타인의 간섭 없이 자기 주도적으로 살려고 하는 마음까지는 좋으나 일의 성과나 내용이 없다면 타인은 그를 그저 허풍쟁이정도로 알게 된다. 마음과 행동의 일치를 위해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서 남보다 더 독특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어야만 그를 진정한 왕으로 대접해 줄 수가 있는데, 단지 독선적이며 고집불통인 행동만 하면 바보로 취급만 받는다. 독선적 바보로 취급할 때 왕은 자기행동에 대한 반성보다는 억울해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나라는 근세에까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왔다. 바로 이런 대한민국의 대외적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을 모시고 나선 첫 해외순방에서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짓을 저질렀으니 국내외적 망신을 사는 게 당연하다 할 것이다. 언론을 비롯한 여론은 몇 가지 점에서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박근혜 대통령이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집, 오기인사를 한 결과이니 만큼 대통령이 직접사과를 해야한다든가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사검증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한다는 지적 등이다. 또 일부 언론은 정권을 잡은 덕에 얼떨결에 권부에 입성한 인사들의 완장의식을 거론하며 이른바 친박인사들의 자중과 진중함을 권고하기도 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후 수습과정에서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들어 청와대 내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 정작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태가 지연보고됨으로써 드러난 청와대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언론은 윤 전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건이 순방팀
비가 전하는 소식 귄터 아이히 슬레이트지붕에서 기와지붕으로, 빗방울이 북소리 같이 울리며, 전염병처럼 퍼져, 내게 전하는 소식, 가지고 싶지 않은 자에게 전달되는 밀수품- 벽의 바깥에 창문의 함석조각이 울리고, 자음과 모음들이 달그닥거리며 한데 합치면, 비는 말한다 나밖에는 아무도 알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언어로- 깜짝 놀라 나는 듣는다 절망의 소식을, 빈곤의 소식을, 그리고 비난의 소식을, 이 소식이 내게 전해져 불쾌하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나는 소리 높여 외친다, 비도, 비의 고발도, 그리고 그것을 내게 보낸 자도 나는 두렵지 않다고, 적당한 시간에 밖으로 나가 그에게 대답하리라고. 귄터 아이히라니, 이 사람은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지? 라는 궁금증을 갖고 계시는 여러분! 어느 한 구절에 눈길이 간다면, 그 구절이 이 시의 전부입니다. 누군가의 뒤태에 자꾸 눈길이 간다면, 누군가의 미소가 자꾸 떠오른다면 그것이 당신 마음의 전부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떠오르는 그것이 전부입니다. 느낌을 분석하려 하지 마세요. 사랑을 해석하려 하지 마세요. 꽃이 어디 분석하고 피어나던가요?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