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 때 형주자사 양진이 천거한 왕밀은 창읍 고을의 수령이 되자 인사 하러 가서 황금 열 근을 감사표시로 주었다. 이에 양진이 말하길 “나는 그대를 알아주었는데 그대는 나를 알아주지 못하는 구려 참 서글프이…” 속뜻을 이해 못한 왕밀은 “지금은 어두운 밤이니까 황금 열 근을 받으셔도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했다. 양진이 말한다. “하늘이 알고(天知), 신이 알고(神知), 내가 알고(我知), 그대가 아는데(予知) 어찌 아는 자가 없다고 그러시는가.”
소학 6권 선행 편 57문장에 나오는 사지(四知)론이다. 지금 강호에는 삼성가(家)의 일로 매우 시끄럽다. 얼마 전에는 삼성가의 2세대인 희자 항렬의 맹과 건자 쓰시는 형제간의 4조 원대 재산 송사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제는 삼성가의 3세대인 재자 항렬의 현자 쓰는 이가 페이퍼 컴퍼니사건으로 강호를 떠들썩하게 한다.
한갓 종이 한 장으로 뭉칫돈을 가릴 수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거부 집 자식으로 태어나서 강호의 쓴맛을 알길 없는 그로서는 당연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분 격이랄까?
이런 철부지를 위해서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해관 편에서 말한다.
“평소에 장부를 잘 정리해 놓으면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음은 깨끗한 선비 집안의 가풍이며, 장부를 깨끗하고 분명하게 정리하여 뒤가 구리지 않게 하는 것은 지혜로운 선비의 몸가짐이다.”
이러한 다산의 글을 알 길이 없는 재자 항렬의 현자 쓰는 CJ그룹 회장은 돈에 관한한 국가가 법으로 금하는 것을 어긴 것이다. 그것이 다른 이도 아닌 박근혜 정부의 법망에 걸렸다. 그로인해 그의 집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그야말로 혀를 물고 죽어도 시원찮을 치욕적인일이다. 일개 범부(凡夫)도 자신의 보금자리는 남에게 까발리지 않거늘. 어디 이뿐인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자녀의 국제 중학교 부적절한 입학 문제로 한동안 구설수에 오르다가 결국은 온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고 그 자녀는 자퇴를 했다.
가진 자들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못 할 짓도 없고, 없는 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못할 짓도 없다지만 세상엔 해서 될 일보단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더 많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