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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교육

강남은 지금 '논술 열풍'… 방법만 알면 "논술OK"

최정원 책임강사가 조언하는 논술

   
대한민국 교육의 1번지라는 강남의 몇몇 고등학교에서 수학, 물리, 생물, 도덕, 국어 등 각 과목담당 선생님들이 모여 통합교과형 논술교육과정개발을 위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바 있다.

하지만 각각 다른 과목을 전공한 선생님들의 지식을통합하여 논술과 연결시켜 줄 전문가가 교내에는 없다는 점만 확인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지금도 서울의 많은 고등학교에서는 각 과목교사들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대학 강사나 논술학원 운영자, 논술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초빙하여 통합교과형 논술을 가르칠 역량을 키우기위해 재교육을 받고 있다.

그 교육 열풍의 중심지에서 선생님들의 재교육에 강사로 투입되었던 나로서는 아직도 그 분들이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확신할 수가없다. 입시철이 가까워오면서 담임선생님들이학생들을 불러 맞춤형 논술학원을 몰래 귀띔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니 말이다.

한 유력일간지에서는 지방에 있는 선생님들의 경우 논술고사 한 달 전쯤 시험을 볼 학생들을 인솔해 강남 유명학원 부근에서 합숙하면서논술과외를 받을 수 있도록 돌보는 웃지 못 할진풍경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기사화하기도 했었다.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도 논술고사에 출제된 지문의 범위가 고등학교 과정을 넘어선다거나 대학교수들도 난색을 표할 만큼 문제의 난이도가 높다는 사실은 벌써 여러 번 지적되어 온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못했다.

따라서 교육당국은 이런 폐단을 줄이기위해 앞으로는 지문의 출제범위를 각 단계별 교과서에서 다룬 책들로 한정하도록 했다. 또 고등학교 교과서의 경우, 2011년부터 국정교과서가아닌, 일반 출판사에서 출판된 책들 중에서 각학교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배려했는데, 문제는 교과서의 종류가 무려 20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그 많은 책들을 다 섭렵하면서 입시대책을세운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학생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때로 이범위 외의 책도 읽혀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된다.

따라서 다시 전문가의 조언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게 되고 이는 사교육이라는 필요악을교육현장으로 공공연히 불러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제 용인은 어떤 상태인지 자문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최근 몇 년간 대학 강의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논술의 문제가 대학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사실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발표해야 하는지는 말할 것도 없고 주어진 과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설명하고 표현하는 방법조차도 몰랐던 것이다.

논술문을 적어야 할 답안지에 때로는 “선생님, 죄송해요.”등의 감정에 호소하는 말로 점수를 구걸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대학당국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습득하고 왔어야 할 글쓰기의 기초를 대학 교양과정에 개설하는 처방을 내놓게 되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간의 글쓰기 기초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은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토로하곤 했다. 전인적인 글쓰기를 진작 제대로 배웠더라면 자신이 지금 그 자리에 있지는 않았을 거라는, 다시 말하면 조금 더 인정받는 대학을 가게 되었을 거라는 의미의 고백이었다.

우리세대는, 그동안 이 나라의 교육제도가 수없이 바뀌는 것과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학생들의 실력이 변화를 겪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아왔다. 그 세대의 한 사람인 내가 이 모든 현상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 조상들이 문(文)을 숭상했던 것이 단순히 고리타분한 특권의식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문(文)이 바로 연관 지식을 통합해서 새로운 것을창조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조선정권은 핵심적인 이유를 잊은 채 문(文)을 위한 문(文)만을 맹목적으로숭상하다가 결국 국운이 기울게 되었다.

신분적평등이 이루어진 현대에는, 그 전의 사회체제에대한 반작용 탓인지 경제적 반대급부가 적은 탓인지 오히려 문(文)을 홀대하는 경향이 짙어지고있다. 기술과 실용 지식만을 숭상한 결과 지식을통합하는 힘이 약화되어 언젠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가 닥치게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까지 장황하게 말한 요점을 정리하자면 첫째, 오랜 시행착오 결과 우리는 논술이 꼭 필요하며 그 방향은 모든 분야의 지식을 통합하여새로운 것을 창출할 수 있는 통합교과형 논술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재 공교육기관은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실질적으로 답을 얻지는 못한 상태라는 것,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녀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을소화해야만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되리라는 것이다. 공교육 기관에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누군가는 경제력 차이에 의해 초래될 교육기회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 지면을 빌어 아쉬운 대로 학생들에게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초등학생들은 먼저각 분야의 교양서적을 가능한 한 많이 읽기 바란다. 국어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난 학생들만이 가장 높은 수준의 수학과 과학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외국어 또한 잘 할 수 있다. 이는실험과 조사 결과로도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중학생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라면 학원으로 달려가기보다 지금 당장 스터디 그룹을 조직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친구들과 함께 조직하면 더욱 좋다. 그래서 그친구들과 함께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교과서를비교한 후 각자 부족한 점을 찾아 여백에 빽빽이 적거나 포스트잇 등으로 보완하여 자기만의기본서를 하나 만들도록 하자.

고 3이 된 학생이라도 실망하지 말고 스스로의 부족한 부분이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선생님이나 선배들과 상의하여 자신만의 집중 독서 및 글쓰기 단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투리 시간조차도 낭비하지말고 실행해 나가라는 것이다.

하루하루 묵묵히 충실하게 임하다보면 벽으로 느껴졌던 논술이 가까운 곳에 놓인 과녁으로 보이는 날이 어느 순간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