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오랜만에 한강에 갔다. 한 주 만에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잔디밭에서 또치가 지칠 때까지 공을 던져주었다. 난 뛰지 않는데 내가 먼저 지칠 뻔했다.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므로 부지런히 나들이하러 다니지 않으면 놓친다. 나들이하러 갈 짬이 나지 않으니 더 자주 걸어야겠다. 이번 가을은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
[용인신문] 명절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몇 년 전까지는 갈비에 잡채, 각종 전을 준비하느라 하루 전부터 할아버지 댁에 갔다. 요즘엔 전은 시장에서 사고, 한두 가지만 직접 부친다. 제사는 아침에 소박하게 지낸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할아버지도 몇 년간의 끈질긴 설득 끝에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햅쌀로 지은 밥을 먹고, 일 년간 열심히 자란 과일을 먹는다. 설거지는 손녀 손자가 모여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짧은 시간에 희비가 교차한다. 혼자 사는 친구들 몇몇은 모여서 따듯한 저녁을 차려 먹는다고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풍성한 한 끼 먹고 든든하게 남은 몇 달을 지내보자!
[용인신문] 바느질의 좋은 점은 언제든지 실행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망하는 건 없고 대처하면 된다. 조금 비뚤어도 괜찮고 밑에 천과 함께 꿰맸어도 괜찮다. 놀라지 말라고 나도 많이 한 실수라고 이야기한다. 실수하면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일단 괜찮다고 한다. 아, 별거 아니예요! 이렇게 이렇게 하면 돼요. 고칠 수 있는 곳은 고치고 다시 해야 하는 부분은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가장 서러웠던 기억이 그런 기억이다. 난 아직 모르겠는데, 마구 나가던 진도라거나. 왜 저번에 알려줬는데 못하냐 거나, 네가 몇 살인데 아직도 모르냐는 식의 꾸중을 들을 때면 속상하고 분했다. 그걸 알았으면 내가 왜 여기 앉아있겠냐고. 나이랑 내가 못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고. 난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