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사람들은 대개 복잡한 문제를 싫어한다. 해결 과정이 복잡하고 권력기관이나 이익이 관련된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문제들을 단순화해서 생각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아예 그 문제에 순응하며 살기도 한다. 애초에 문제라고 생각지도 않으면서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는 이도 있다. 그래서 좌절하는 이에게 소설 속 인물은 ‘그럼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말고 시스템을 뛰어넘어 버리라’(57쪽)고 혹은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을 두려워하지 말라’(28쪽)고도 한다. 도덕책에나 나올 법한 말이지만 어떤 이에겐 절대로 허락되지 않는 시스템, 자동화된 사고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 『레슨 인 캐미스트리』는 그 속에서 ‘나’로 살면서 고독했으나 지독한 사랑을 한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1960년대 “일도 하고 아이도 갖는 건 명확히 남자에게만 주어진 기회”(35쪽)라는 통념이 시스템을 지배하던 시기였다. 그런 시대에 엘리자베스 조토는 화학자였지만 요리 프로그램의 MC를 맡은 인물이다. 방송 특성상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거부한 인물. 화장이나 몸에 붙는 의상, 심지어 방송을 위해 준비된 소도구까지 방청객에게 다 나눠줘 버리고 자신의 방식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요리프로그램에서 화학을 배우고 변화를 요구하는 엘리자베스 조토. 그런 엘리자베스가 방송에서 한 말은 논란과 함께 변화도 일으킨다. 시스템과 맞서기 위해 엘리자베스 조토가 갖는 신념은 한 가지이다. 과학적으로, 화학적으로 생각하라. 엄마가 밥을 하면 엄마의 시간을 갖기 위해 가족들은 상을 차리라. 슬프고도 통쾌한 이야기다.